CIA 창설 이래 처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진격은 전술적 성과"
"러-이란 협력, 서방에 위협적" 한목소리… 탄도미사일 공급 경계
리처드 무어 영국 MI6 국장(왼쪽)과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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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 수장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협력을 강조했다. 양국 정보기관 수장이 공개 석상에 함께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처드 무어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에 함께 나타나 대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보기관 수장이 공개 석상에 함께 나온 것은 CIA가 설립된 1947년 이후 77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공습에 관해 평가했다. 무어 국장은 "판세를 바꾸기 위한 대담하고 과감한 시도였다"며 "이번 공격이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을 가져다줬다"고 했다. 번스 국장도 "엄청난 전술적 성과였다"며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동시에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확전 가능성 관련 의견도 나왔다. 번스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번스 국장은 2022년 11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에게 "(핵무기 사용이 야기하는) 확전 결과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기 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를 전달했다고 회고했다. 번스 국장은 "확전 위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지만 불필요하게 겁먹어선 안 된다"고 했다.
번스 국장은 또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의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과 탄도미사일을 보냈고 이란은 공격 드론을 지원해왔다.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00발 이상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번스 국장은 "이들 나라의 협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서방에 위협이 된다"며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공급한다면 서방과 관계는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일 FT에 공동 기고문도 발표했다. 두 정보기관 수장이 함께 기고문을 낸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양 기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맞서는 데 협력하고 있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소멸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한층 격화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뜨거운 쇳물을 쏟아붓는 드론을 투입해 러시아군 점령지를 불태우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도 7일 밤 우크라이나 전역에 드론 67기를 발사하는 등 연일 공습을 퍼붓고 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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