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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오류투성이 역사교과서, 검정 취소해야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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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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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역사연구자이자,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다. 이 전 관장은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진과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친일·독재 미화 등으로 논란이 된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검토했다. 지난 4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는 “교과서 전반에 식민사관과 좌파와 우파는 절대 통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스며 있다”며 “이런 책으로 학생들이 배우면 좌우 대립·분열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전문가 검토 결과 338건의 오류를 지적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락가락하는 용어들이다. 이는 (일부분이 아니라) 책의 전반에 드러난다. 교과서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한 근거다. 예컨대 일제강점기를 서술한 내용을 보면, 한 교과서 안에서 조선인이라고 썼다가 한국인이라고 썼다가, 조선정부, 대한제국 정부, 조선사, 한국사, 조선어, 한국어 등 용어가 혼재되어 있다. 단체명을 언급하면서는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를 한국광복운동연합회라고 쓴다거나, 조선민족혁명당이라고 썼다가 민족혁명당이라고 쓰기도 했다. 축약해서 썼다는 설명도 없거니와, 교과서에서는 이름 전체를 정확하게 써주는 게 좋다. 김구와 김원봉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김원봉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국장이라고 써놨다. 당시 이런 직책은 있지도 않았고 김원봉은 군무부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책 그 아래쪽 설명에는 군무부장이라고 썼다. 이 외에 잘못된 자료나 사진 등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오류가 잡히지 않은 것은 필진의 문제도 있지만 편집진도 역사를 잘 알고 편집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역사 용어 사용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이 교과서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전개에 관한) 지도를 그려놓고 “일본군의 최대 진출 지역”이라고 쓴 부분이 있다. ‘진출’이라는 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쓰던 용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군의 진출 지역이 아니라, ‘점령’ 지역이다. 이런 용어에서 집필진의 본색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이 책을 함께 검토한 어떤 교수님은 “곳곳에 마수를 숨겨놨다”고 표현하더라. 역사를 쓸 때는 단어 하나, 용어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용어를 쓰느냐에 따라 역사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을 가지고 학생들이 공부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진 역사관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역사전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교과서 논란도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쿠데타’라고 생각한다.”



-역사 쿠데타란 뭔가.



“국민의 역사관을 바꾸겠다는 거다. 예를 들어 이 교과서의 문제로 여러 번 지적된 게 친일파였던 서정주 시인의 공과를 생각해보자는 거다. 서정주라는 이름을 들었지만, 이런 논리는 다른 친일파에도 다 적용될 수 있다. 친일파를 위한 변호의 장을 열어주는 셈이다. 과거 노골적인 친일 서술로 문제가 됐던 교학사 교과서만큼은 아니지만 일제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교과서를 학생들이 배웠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



“책이 원하는 대로 친일파의 문제뿐 아니라 공(공적)도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독립운동 과정은 서로 다른 이념과 노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통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 책은 독립운동 자체도 분열적인 시각에서 보는 데다 좌파와 우파는 절대 통합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전반적인 기조로 녹아 있다. 이런 역사관이 학생들에게 심어져 성인으로 자라나면 좌우가 더 대립하고 분열할 수밖에 없다.”



-이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 기준에 맞춰 무난하게 서술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 교과서 논란 다음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니 전략이 더는 노골적이지 않고, 은근해졌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에 문제가 됐던 교과서보다 나아 보이게 하는 거다. 일단 교과서로 한번 자리 잡고 나면, 학생들도 학부모도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다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뉴라이트 계열에서 어떻게라도 교과서를 만들어서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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