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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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줬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부모가 교사가 아이를 안아줘 갈비뼈가 다쳤다는 등 이유로 3년째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교원단체는 학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는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전북교사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레드카드’ 사건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교사가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 전북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의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담임교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생수병을 갖고 놀며 소리를 내는 등 수업을 방해하자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학생의 행동이 반복되자 교사는 생수병을 뺏은 뒤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다. 이후 레드카드를 받은 다른 학생과 함께 교실 바닥을 빗자루로 14분간 쓸게 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 A씨는 곧바로 학교에 찾아가 교감과의 면담 자리에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이후 교사를 대상으로 20건이 넘는 반복적인 민원을 넣었다. 결국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A씨의 행동을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담임교사를 향한 끊임없는 소송이 시작됐다. A씨는 담임교사가 정서적으로 아동을 학대했다며 경찰에도 신고했다.
재판 결과는 교사의 승리였다. 2023년 9월 대법원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는 반복적인 부당한 간섭”이라고 판단했다. 그해 10월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레드카드는 정상적인 훈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2023년 11월 A씨는 이번에는 담임교사를 허위공문서작성 및 공무상 비밀침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반 학부모였던 B씨 역시 같은 날 담임교사를 고소했다. B씨는 2년 전 있었던 레드카드, 청소지시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더해 올해 4월 A씨는 담임교사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 달 뒤에는 2021년 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안아줘 갈비뼈가 다쳤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폭으로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달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B씨는 올해 8월 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항고, 재항고 끝에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담임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3년 동안 이어진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담임교사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전북교사노조는 “사건발생 2년이 지나 학부모 B씨는 A씨의 고소 내용 일부를 그대로 사용해 교사를 고소했고,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두 학부모가 동일한 날짜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 등으로 보아 사전에 모의가 이루어진 교사 괴롭히기 행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특히 학부모 B씨는 현재 전주의 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며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같은 교육자를 상대로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한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21년 당시에는 담임교사와 소통이 원활해 큰 문제가 없었음에도 고소를 진행한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들 학부모의 아이들은 같은 학교로 전학했다”며 “옮긴 학교에서도 수시로 담임 교체가 되고, 수십건의 정보공개 청구 요구 등으로 학교가 마비되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전북교총은 “교육이 교육답게, 학교가 학교답게 운영되기 위해 악의적으로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일삼는 학부모들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대해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입법도 시급하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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