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선고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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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무죄나 당선무효형 이하의 벌금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던 이번 사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중형이 선고된 것은 재판부가 이 대표의 발언이 당선 목적의 고의성이 짙은 허위 발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형이 이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곧바로 의원직이 상실되고, 확정 이후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국가로부터 받은 대선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한겨레가 16일 확인한 130쪽 분량의 이 대표의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이 대표 발언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면서 했던 발언들이 발목을 잡았다.
“국감장을 지지율 상승 기회로”…당선 목적 허위 발언 뒷받침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숨진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허위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지난 15일 이중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대표의 김 전 처장 관련 언급 중 국외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 일부는 유죄로 봤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이었다. 검찰은 아파트 단지 개발이 이뤄진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변경을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인데,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허위라며 이 대표를 기소했다. 백현동 의혹은 과거 이 대표의 선거 등을 도왔던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해당 부지의 4단계 종상향을 이끌어 아파트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20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며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하나로 이전 대상인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을 압박해 4단계 종상향이 이뤄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이 허위라고 판단하며 그 배경에 이 대표의 대선 당선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데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선거법은 ‘당선 목적’의 허위발언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국감 전후 발언에서 그 근거를 찾았다.
①. 2021년 9월9일 및 13일 언론사 인터뷰
(‘현직 지사이기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 때 야권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질문에)
“국감을 치를 때마다 제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갔다. 기회 요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②. 2021년 10월12일 기자회견
“(국감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성과, 실적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③. 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 이후 블로그에 올린 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쳤습니다. (…) (대장동 관련 무차별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토건세력 특혜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과 관계자들임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 다행히 국민들께서도 국민의힘이 범죄자 도둑이고, 저의 의견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며, 이재명은 청렴했음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발언들에 대해 재판부는 “경기도지사이면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이기도 했던 피고인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백현동 발언을 했다고 판단된다”며 ‘백현동 발언’에 당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 대표 쪽은 ‘선거법상 행위는 후보자의 능력·자질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의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해 ‘백현동 발언’은 후보자 능력과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한 백현동 발언의 의미, 피고인이 백현동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인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발언은 전체적으로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후보인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였고, 그렇기 때문에 관련 해명들은 선거인들의 대선 후보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발언이었다는 판단이다.
“미리 팻말도 준비해 질답”…고의성 인정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도 허위발언의 고의성을 입증한다고 봤다. ‘백현동 발언’은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관련 질문을 하고 이 대표가 미리 준비한 팻말을 들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질문에 이 대표가 미리 답변을 준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부 압박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대표가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허위발언을 해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재판에서는 선거 토론회 등에서 이뤄진 허위발언 사건에서 주로 적용됐던 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법리도 적용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공표’로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는 토론회에서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하며 부정확한 발언을 곧바로 허위사실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발언으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제시한 판례다.
이 대표 쪽은 국감도 토론회처럼 즉흥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민주당 의원이 질의한 점과 팻말 등을 근거로 ‘즉각적으로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와는 이번 사건은 본질이 다르다고 봤다.
국회증언감정법상 국감에서의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다는 이 대표 쪽 주장도 법원은 “국정감사의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므로 국회증언감정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이 대표는 이번 재판 선고 이후 기자들에게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라고 말하며 항소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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