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판결 순간
1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집회를 하던 지지자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거나 오열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으아아악!” “우리 대표님 어떡해!”
15일 오후 3시 4분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 모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이 대표 지지 시위대 4000여 명은 동요했다. 누군가 “징역 1년 나왔대”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비명과 탄식이 쏟아졌다. 김모(60)씨는 “윤석열의 검찰과 법원이 우리 대표님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 30대 여성은 “기소부터 그게 말이 되는 거였어?”라며 인도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중년 남성들은 검찰청 담벼락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담배를 피웠다. “내가 저 판사 새들을 다 죽여버려야 분이 풀리겠다”며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60대 남성도 있었다. 3시 8분쯤엔 지지자 한 명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이 모였던 반포대로 여기저기에서 이 대표 응원 도구로 썼던 파란색 풍선이 ‘펑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재명은 무죄다’라고 적힌 종이 팻말 수십 장이 아스팔트 바닥에 나부꼈다. 지지자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미친 들” “죄를 만들어 선고하나” 같은 말을 했다. 한 남성은 머리를 감싸 쥐고 “이재명을 어떻게 지켜야 하나”라고 했고, 또 다른 60대 여성은 “이게 나라야?”라고 했다.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민주당 의원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의원회관으로 가야 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선고 직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30여 분이 흐르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 대표 지지 집회 연단에서 한 연사는 “다음 주부터 한남동 관저를 둘러싸고 윤석열이가 나올 때까지 모입시다”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판사가 유죄를 때렸지만 이재명은 무죄입니다”라고 했다. 한 참가자는 “죄지은 김건희도 저리 뻔뻔한데, 우리는 대표님을 끝까지 지키자”라고 했다.
그는 “저들은 1월에 이 대표를 암살 시도(흉기 피습 사건)까지 하고 이제 선거까지 못 나오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흥분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은 무죄다!” “윤석열을 탄핵하자!” “검찰을 해체하자!” 구호를 외쳤다. 김정훈(55)씨는 “광화문에서 용산에서 끝까지 윤석열과 싸워서 이재명을 지켜낼 것”이라며 “오늘 판결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약 300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 맞은편에서 이 대표 규탄 시위를 한 신자유연대 등 반(反)이재명 시위대 1000여 명은 축제 분위기였다. 징역형 선고 결과가 나오는 순간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단에 선 사람들은 춤을 추면서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여기저기서 “와 이리 좋노”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 같은 말이 들려왔다. 한 70대 남성은 “잔치국수 먹으러 갑시다!”라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반이재명 시위대는 1분간 함성을 지르거나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참가자 정모(65)씨는 “속이 다 시원하다”며 “지연된 정의라도 실현시켜준 재판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법원을 향해 ‘야호’를 하듯 “재명아 너 이제 대통령 선거 못 나온대” “재명아 감방 잘 가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불렀다. 딕 훼밀리의 노래 ‘또 만나요’의 가사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을 틀어놓고 흥얼거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양측 충돌에 대비, 40여 개 중대 25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곳곳에서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다. 오후 3시 25분쯤 양 극단 진영의 유튜버들이 말다툼을 하다가 이를 말리는 경찰관을 밀친 50대 남성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대표를 따라 법원에서 나오던 민주당 안귀령(35) 대변인도 반이재명 시위대를 향해 “곱게 늙어라”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차은우보다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눈에 들려던 안 대변인이 패륜적 언사를 했다”고 했다.
앞서 오후 2시 16분쯤 이 대표가 법원에 도착하자 신원 불명 남성이 이 대표를 향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져 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 인력이 대형 우산을 펼쳐 이 대표를 보호하는 등 법원에서 일대 소란이 일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제압된 뒤 ‘김건희 특검’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서울중앙지법에선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경찰은 이날도 수천 명의 이 대표 지지·규탄 시위대가 서초동으로 몰려올 것으로 보고 경찰 수천 명을 투입해 양측 충돌을 방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시위대가 극도로 흥분한 만큼 인명 피해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겠다”고 했다.
[안준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