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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결혼 늦었다 생각한 나이에… 세쌍둥이 낳고 가족의 의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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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세쌍둥이 자매 키우는 백순욱·주한나 부부

조선일보

2021년생 세쌍둥이 자매를 키우는 백순욱·주한나씨 부부는 “아이들이 울어도 놀라지 않을 정도의 육아 내공이 쌓였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안, 아빠 백씨, 이율, 엄마 주씨. 이담.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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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집 안 현관에 들어서자 크기가 같은 아이 신발 세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똑 닮은 여자아이 세 명이 나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지난 2021년 3월 한날 태어난 세 쌍둥이 자매 이안, 이율, 이담이다.

세 쌍둥이를 키우는 백순욱(47), 주한나(39)씨 부부는 “36개월을 지났더니 많이 힘든 육아 구간은 지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울어도 놀라지 않을 정도의 육아 내공이 쌓였다”고 했다.

최근 부부는 아이들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재미에 빠졌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 태어난 데다, 세 자매를 한꺼번에 데리고 외출한다는 게 만만찮아 그동안 자주 밖에 다니지 못했다. 최근엔 주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회에도 다녀왔다. 주씨는 “아이 컨디션에 따라 주차장에서 전시장까지 5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에 걸쳐 가기도 한다”면서도 “아이들이 세상 이것저것에 반응하는 게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아이 셋을 낳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지인 소개로 만난 후 2019년 결혼식을 올렸을 땐 백씨가 마흔을 넘긴 나이였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는 생각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들끼리 좀 부대끼면서 의지하고 사는 게 낫다 싶어 성별 상관없이 둘만 낳자 생각했는데, 세 쌍둥이란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장 주위에선 육아 난도뿐 아니라 산모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별다른 건강 이상 없이 엄마 배 속에 있다가 2~3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왔다. 순산이었다. 주씨는 “쌍둥이 엄마들 단체 대화방에서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아픈 증상을 공유하는데 아프신 분들과 비교하면 정말 수월하게 낳았다”고 했다. 부부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백씨는 “세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고 새벽에 병원에 앉아 있는데, 옆에 구급차를 타고 온 다른 쌍둥이 아빠가 앉아 있더라”며 “지방에 살아서 애가 아플 때마다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더라. 저희는 서울에 살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으니 순간 감사하고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영상 제작일을 하고, 주씨는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씨는 임신 30주 정도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둘 다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 누가 누굴 돕는 게 아니라 손이 비는 사람이 그날 주 양육자가 돼 아이를 돌본다.

백씨는 “아이들을 번갈아 안아주느라 어깨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힘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래도 아이가 없을 때 몰랐던 가족과 삶의 의미를 매일 다시 깨닫고 새긴다”며 “쪼르르 달려나와 퇴근하는 아빠에게 안기고, 행복하게 웃으면 ‘좋은 어른이 되어 아이를 정말 잘 키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이 큰 고민거리다. 백씨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준비가 된 상황에서 애를 낳았다고 생각했지만, 세 아이를 키우는 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고 했다. 기본 식비나 기저귀 값 외에도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아이 돌보미 등 주위 도움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돌보미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돌보미들이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 한다면서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머니·할아버지가 함께 지내며 애를 돌봐줄 사정도 아니었다.

주씨는 “아이에게 미치는 돌보미 분의 영향이 매우 커서 돈을 좀 더 주고라도 괜찮은 분을 찾고 싶은데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력 등 일부 조건은 포기하고 부모가 매달리듯 아이 돌보미를 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돌보미 두 명이 세 쌍둥이 육아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들이 그만둘까 봐 매일 걱정이라고 한다.

부부는 서울시에서 돌보미 비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일정 기간만 비용을 지원해줘서 선뜻 이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부는 “나중에 정부 지원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돈을 덜 줄 수도 없고, 그때 가서 돌보미를 바꿀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정부가 아이 키우는 가정의 현실을 고려해서 지원 정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아이 물품도 실제로는 별 소용 없는 것이 많다는 게 부부 얘기다.

최근 부부는 아이들이 부쩍 커가는 모습에 아쉬움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 모습을 매일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간직하곤 있지만, 매 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주씨는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나 싶다”며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지금 다시 애를 키우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를 한 명 더 낳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부부는 “아이로 인해 잃는 것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이들 덕분에 가족이 무엇인지, 행복의 뜻이 뭔지 알아가서 너무 만족한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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