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밈. '내가 요리하는 곳, 해리스가 요리하는 곳'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영어로 'cook'은 '요리하다'라는 뜻 뿐 아니라 '상대방을 꺾다'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를 활용한 농담이다. 일반적으로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지만, 해리스는 토론장에서 '트럼프를 요리했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틱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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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MZ세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해리스의 ‘밈 정치’ 돌풍을 만들어낸 주역은 그의 선거캠프 내에 꾸려진 틱톡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선거캠프의 틱톡팀을 두고 “지난 8주간 소셜미디어의 독특한 리듬을 활용해 현대 정치에서 가장 독창적인 전략으로 해리스 선거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해리스의 온라인 선거운동팀은 250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틱톡팀은 25세 이하 Z세대 직원 5명으로만 운영된다. 특히 이들 중 일부에게는 이곳이 첫 직장이라고 한다. 경력이 없거나 짧은 젊은 직원들이 모여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에서 밝은 표정으로 유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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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최근 만들어낸 밈 영상은 지난 10일 밤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이 끝난 직후 게재된 6초짜리 틱톡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한 중년 여성이 등장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성과를 조롱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700만 회를 넘기며 크게 화제가 됐다.
해리스 틱톡팀은 또 이 토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겨냥해 “지루한 유세 때문에 지지자들이 유세장을 일찍 떠난다”고 말한 것을 따와 밈을 만들었다. 팀은 주방에서 미소 짓는 해리스의 사진을 올리며 “맙소사, 그녀가 그(트럼프)를 요리했어(꺾었어)”라는 문구를 달았다.
틱톡팀은 이 외에도 트럼프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트럼프를 괴롭히기도 하고, 과자봉지 등 간단한 소품을 활용해 밈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게시물 하나를 만들 때에도 긴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영상물을 30분 만에 뚝딱뚝딱 손쉽게 만들어낸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10일 밤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이 끝난 직후 게재된 6초짜리 틱톡 영상의 일부. '토론장에서의 트럼프'라는 상황설명이 사진 상단에 적혀 있다. 영상 속 여성이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보다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그렇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트럼프가 토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해 좌절했을 것이라는 조롱이 담긴 밈이다. /틱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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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최근 유행하는 온라인 밈을 차용하는 등 유쾌한 접근 방식을 택하며, 때때로 냉소적이거나 기이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경제 위기, 위태로운 미국의 미래 등 무거운 메시지를 강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온 트럼프 측과는 대비된다.
이러한 홍보 방식은 큰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데이터 측정 업체 ‘젤프’에 따르면, 해리스측 게시물의 틱톡 조회수는 트럼프 캠프 측보다 1억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문화 관련 뉴스레터 ‘링크 인 바이오’를 관리하는 소셜미디어 컨설턴트 레이철 카튼은 “그들은 계정을 정말 팬 계정처럼 운영한다. 선거운동 같지 않다”고 평했다.
선거 캠프인 부 매니저인 롭 플라허티는 “(틱톡팀은) 야생의 25세 무리”라며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 승인 절차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이의가 없으면 게시된다”고 설명했다.
틱톡팀의 콘텐츠 책임자인 파커 버틀러(24)는 “우리의 선거운동은 젊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준다”며 “우리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모든 주요 행사 일정을 공유하고 교대로 모니터링하며 우리가 지켜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눈길을 끄는 순간이 생기면 우리 팀은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서두르며 때로는 자정을 넘겨 교대근무도 한다. 선거운동은 이제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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