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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 국민은 불안한데 ‘의료현장 문제없다’고만 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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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의 티비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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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의료공백에 따른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 비상진료 대책으로 버티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응급의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당장 의료 현장에 불거진 문제를 수습할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의료개혁에 흔들림 없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부각하고 싶은 건가.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을 아우르는 4대 개혁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고 했다. 특히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반발로 의료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위기 수습 방안은 마땅히 내놓지 않았다. 의료계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조차 제시된 것이 없다. 그러면서 의료 현장은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다”거나 “의료 현장에 한번 가 보라”는 식이다. 내년 의대 신입생 4500여명에다 올해 유급될 1학년 3000여명이 한꺼번에 교육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만 했다.



전날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일정 시간 환자를 못 받았던 곳이 5곳이고 병상 운영이 감소한 곳이 28곳이라고 했다. “응급의료의 붕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가 의료 현장에 직접 가 보니,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응급실은 위태로운 상태였다. ‘번아웃’이 온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일이 늘면서 한계에 다다른 곳들도 적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의대 증원을 지지했던 국민 여론이 돌아설까 걱정이다. 물론 여태껏 증원 자체를 거부하는 의료계 잘못도 크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의료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한 채 의료공백 위기에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응급실 의사는 원래도 부족했다’는 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들린다.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없이 의료 현장을 정상화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알고 있다. 의료개혁의 목적은 대통령의 치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데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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