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여성 피살' 강남역서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규탄 회견
정부·정치권에 대응 촉구…대학생 단체도 처벌강화 요구 회견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정윤주 기자 = 여성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를 규탄하고 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사가 29일 서울 강남역에서 열렸다.
서울여성회 등 여성단체와 서울지역 대학 인권 동아리들은 이날 오후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누구도 우리를 감히 '능욕'할 수 없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이 이른바 '지인 능욕방'이란 이름으로 지인인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것에서 따와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수치심이 아니라 분노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강나연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은 "한 회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로 떠들썩한 하룻밤 사이에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는 친구들의 연락을 몇 통이나 받았다고 한다"며 "여성들이 잠을 못 잔 이유는 불안함과 공포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분노와 환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불안에 떨어야 하고, 숨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들켜 공포에 떨어야 하는 사람들은 가해자"라며 "디지털 공간에서, 학교와 군대에서, 화장실과 공공장소에서 활보하고 다니기 위해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그간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부회장은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느냐"며 "사이버 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며 제대로 다루지 않다가 분노가 일어나면 겨우 미온책이나 발표해왔던 정부와 정치권이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SNS 계정 비공개 전환 등 경찰이 제시한 피해예방 수칙을 들며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낡은 생각이 부활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정부에 "철저한 진실 규명과 가해자 처벌,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오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강남역에 모여 여성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어 말하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복되는 딥페이크 성범죄 국가도 공범이다!' |
강남역은 2016년 5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이후 많은 여성이 강남역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여성을 겨냥한 범죄를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강남역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자 여성 폭력에 굴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외치며 세상을 바꾸었던 곳"이라며 강남역을 집회 장소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대학생 연합 단체들이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는 물리적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낮다"며 "솜방망이 처벌로 여성의 피해를 무시한 입법기관은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국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성 착취의 형태"라며 "여성이 맘 편하게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속한 처벌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 |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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