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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트럼프 충격' 대비하는 中, 한중관계 개선 박차…"주변국 관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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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공석' 주한대사에 '중량급' 내정…'깜짝' 무비자 발표에 2년만의 정상회담 논의도

"북러 밀착 속 한반도 관리" 해석…中관영매체 "美-각국 갈등, 中에 전략적 공간"

연합뉴스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최근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15일부터 남미에서 열릴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2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하고, 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주한 중국대사를 내정하는 등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한중 관계 개선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1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량급 인사'로 여겨지는 다이빙(戴兵) 주(駐)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표를 신임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전임 싱하이밍 대사 이임 후 4개월여 만이다.

다이 부대표는 2017년부터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내다 2020년 유엔에 부임했다. 중국이 그간 주한 대사에 '국장급'을 보임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다이 부대표가 다자외교의 정점인 유엔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온다는 점에서 이전 대사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한동안 냉각됐던 한중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이달 6일)를 전후해 긍정적 흐름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중국은 이달 8일부터 여행·비즈니스 등을 목적으로 15일 이내 기간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비자 발급 면제에 들어갔다. 양국이 서로 비자를 면제하는 '무비자 협정'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자 없이 외국 여행객을 맞아들이는 조치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말부터 일방적 무비자 국가를 확대해왔으나 그 범위는 대개 유럽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 국가였고, 한국을 새로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지난 1일 발표는 주중 한국대사관조차 사전에 알지 못한 '깜짝' 조치였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중국은 15일부터 잇달아 열리는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 회담은) 열심히 협의 중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마주 앉게 된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지난 9월 한중의원연맹 소속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나 '내년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가 시 주석 방한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한 언급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변화를 두고 한층 험난할 '트럼프 2기' 개막을 앞둔 중국이 한국 등 상대국을 압박하던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에서 유화적인 '판다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은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부터 트럼프의 당선이 몰고 올 충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국 외교 환경 개선 차원의 접근이자 북러 밀착에 따른 한반도 정세 긴장 등 후폭풍을 상쇄하고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 중반부터 중국은 미중 경쟁 속에 갈등을 빚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부쩍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지난 6월 리창 총리의 순방을 계기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대한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9월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1년 넘게 금지해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점진 재개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국경 문제로 수십 년 동안 갈등 중인 인도와 국경 순찰 방식에 합의하고 철군 작업을 시작했다.

'트럼프 1기'에서 나온 인도·태평양전략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태 지역 내 복수의 소다자 협의체를 활용해 중국 견제를 위한 '격자형' 안보 협력 체계를 가다듬어왔다.

한국·호주·인도·일본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한미일 3각 협의체에 더해 기존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동맹)까지 촘촘하게 짜인 중국 견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국가들이기도 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미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트럼프는 중국 제조업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위협했지만 그의 과세 목표는 '경쟁적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독일·일본·한국에 심지어 캐나다 등 여러 동맹도 포함된다"며 "그는 '한국은 매년 미국에 (방위 비용)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고, 대만에는 '우리 반도체 사업 100%를 빼앗아 갔다'고 했다. 한국이 섬뜩해하지 않겠는가. 대만이 두려워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는 '돈'(錢)이라는 글자가 제일이고 형제(同氣連枝·동맹)도 존재하지 않아서 미국과 유럽·일본·한국·라틴아메리카 및 수많은 제3세계의 모순이 격화할 것"이라며 "이것이 중국의 전략적 공간 아닌가. 우리는 당연히 상황을 파악하고 주동적으로 나아가 이들 국가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 11일 공개한 '미국 대선 분석 특별 리포트'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동맹 체제의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은 바이든 정부 시기 소원해졌던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 기회를 모색하고자 할 것"이라며 "한국도 대(對)중국 관계 회복에 나설 시점이고 전략적 모호성이 강대국 경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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