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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믿었던 남사친 이럴수가”…단돈 500원에 ‘지인능욕’ 합성 음란물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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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텔레그램 대화방 통해
중고교·대학 딥페이크 퍼져
범죄피의자 73%가 10대들

국회 내달 4일 현안질의
서울경찰, 긴급스쿨벨 발령
텔레그램 채널 내사 착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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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A군은 친구로 지내던 여학생 사진을 나체사진과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고 선생님을 상대로 추가 범행 시도를 하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올해 2월 경찰에 검거됐다.

주변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성 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램 등에서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잦아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자도 범죄 타깃이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인 얼굴이 성범죄에 도용됐을 수 있다는 ‘딥페이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0대 사이에선 이같이 사진을 토대로 허위로 성착취물을 만드는 행위를 ‘지인 능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고 여야도 범죄 근절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앞서 서울대와 인하대 학생과 졸업생이 타깃이 된 단체 대화방 운영자 등이 검거됐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지역이나 학교의 공통 지인을 찾아 그 지인을 대상으로 허위 성착취물을 만들어 공유하는 일명 ‘겹지인방’도 텔레그램에 수백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에선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대생·교사·여군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가해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당사자 허락 없이 가져가 음란물 제작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선 “짝녀(짝사랑하는 사람),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사진만으로 사진, 영상 다 (합성) 해드립니다” 등 문구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홍보하는 콘텐츠가 무더기로 발견된다. 옷 벗기기는 300원, 더 외설적인 사진으로 변형시키는 건 500원, 영상은 2초당 100원 등으로 시세가 책정돼 있다. 신체 부위나 표정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도 있다고 적혀있다. ‘내 사진이 도용됐을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딥페이크 피해를 막기 위해 SNS에 게재한 신상과 사진 등을 삭제하는 누리꾼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는 10대 사이에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2023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목격한 디지털 성범죄 유형 가운데 ‘지인 능욕’이 ‘불법영상물 유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만 해도 ‘몰래카메라’가 5.5%로 2위를 차지했지만 다음해에 4.6%로 줄어든 반면 지인 능욕이 5.1%에서 5.5%로 늘어나면서 비중이 역전됐다. 지인 능욕이란 SNS 등에 게시된 사진을 성적인 내용의 사진과 합성하여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입건된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범죄 피의자 178명 중 10대 청소년이 73.6%에 달했다.

파장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수사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를 타고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범죄 근절에 여야도 한 목소리로 나섰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오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고 범정부 차원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야는 ▲딥페이크 피해 방지 법률 개정 ▲딥페이크 피해 전문 상담 센터 운영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운영 활성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딥페이크 성범죄물 등 석착취 허위영상물을 소지·저장·시청한 사람에게도 징역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청은 28일부터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딥페이크 제작부터 유포까지 추적해 피의자를 검거할 계획”이라며 “딥페이크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 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해 엄격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서울 지역 학교 1374곳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긴급스쿨벨을 발령하고 피해 확산 예방에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7일 실·국장 회의, 오는 28일 전체 회의를 연달아 소집해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한다. 방심위는 먼저 텔레그램 피해 신고 접수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 의뢰 등 조처에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한 피해 현황을 파악하라고 요청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경찰청이 운영하는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디지털성범죄정보 긴급심의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심의가 접수되면 방심위는 사실 확인을 거쳐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 심의에 올려 삭제·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결정한다. 진영화 우제윤 위지혜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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