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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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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100대 vs 로켓 320발… 이·헤즈볼라 전면전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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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운, ‘저항의 축’ 전체로 확산

조선일보

보복과 보복의 중동 - 25일 이스라엘 북부 상공에서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날려 보낸 공격용 드론(무인기)이 이스라엘 공군에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 포착됐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전투기 100여 대를 출격시켜 타격하자 헤즈볼라는 여러 대의 드론과 320발의 로켓을 날려 보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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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친(親) 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25일 전투기·드론(무인기)·로켓 등을 대거 동원해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이 100여 대의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겨냥해 320대의 로켓과 여러 대의 드론을 발사하는 등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양측의 대규모 충돌로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휴전은커녕 더 큰 규모의 중동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하마스를 지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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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 화염과 함께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파악했다며 선제적으로 전투기를 띄워 레바논 내 표적을 공습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대해 로켓 320발과 드론 등을 발사하는 등 공격을 단행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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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5시 전투기 100여 대를 출격시켜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 등을 타격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격 개시 직후 소셜미디어에 “헤즈볼라가 우리 영토를 향해 미사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전투기를 띄워 레바논 내 테러 표적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의 공격 정황을 인지해 선제적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의 타격 범위에 있는 레바논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아랍어로 대피를 권고했다.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에 맞서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320개 이상의 소련제 카튜샤 로켓과 다수의 드론을 날려보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와 골란 고원에 있는 군 기지 11곳과 막사,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 등을 겨냥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레바논 남부에서만 3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양측은 공습의 원인을 상대방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는 “이번 공습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푸아드 슈크르 최고 지휘관에 대한 보복의 1단계 조치”라고 했다. 로켓과 드론을 날려보낸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추가 공습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30일 드론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슈크르 등 3명을 사살한 바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헤즈볼라는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산발적으로 미사일 등을 발사해왔다. 최근에는 공격 빈도와 강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의 전투력과 무기 수준은 중동 지역의 무장 정파 중에서도 단연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정면 충돌할 경우 현재의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에 48시간 동안 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전 7시 긴급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해법을 두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갈등을 표출했던 두 사람이 ‘헤즈볼라’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의 전선(戰線)은 하마스에 동조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그리고 이들을 금전·군사적으로 지원해온 이란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 확산의 기폭제는 지난달 3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은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이었다. 이란과 하마스를 비롯한 이른바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공언했고, 이스라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은 “우리는 이 사건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히며 거리를 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대규모 충돌로 고조된 전운이 가자 전쟁 휴전 협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협상 자체는 결렬되지 않고 속개되고 있어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스라엘이 예정대로 가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으며, 모사드(해외 담당 정보기관)와 신베트(국내 담당 정보기관) 국장이 협상단을 이끈다”고 이날 보도했다.

☞헤즈볼라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항해 이슬람 시아파가 주축이 돼 창설된 레바논의 무장단체. 아랍어로 ‘신의 정당’이라는 뜻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한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3년 베이루트 미군·프랑스군 주둔지 자살폭탄 공격 등 서방을 겨냥한 여러 건의 대규모 테러 배후로 지목됐다. 이란으로부터 막강한 금전·군사적 지원을 받아왔다. 전투 병력은 최대 10만명에 달하며 미사일과 로켓·기관총을 포함, 최대 20만개의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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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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