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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하버드·옥스퍼드·도쿄·베이징大 조정팀, 울산 태화강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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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케임브리지·하버드·예일·MIT·도쿄대·베이징대 등 참여

조선일보

25일 ‘2024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대회’ 여자 포어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UNIST 조정부 박주원(가운데)씨가 영국 케임브리지대(왼쪽),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외국 대학 조정부 학생들과 셀피(selfie)를 찍고 있다. /울산과학기술대학원(UNIST) 조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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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울산광역시 태화강. 체감온도 33도 더위에도 큰 구호와 함께 열띤 응원 소리가 들렸다. 예일대를 상징하는 ‘Y’가 적힌 조정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우! 아!” 하는 구호에 맞춰서 물살을 갈랐다. 중국 베이징대 학생들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배를 들어 옮겼다.

이날 이 일대에선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예일대, 독일 함부르크공과대, 일본 도쿄대, 중국 베이징대 등 8개 해외 대학과 한국 울산과학기술원(UNIST)·울산대 등 6국 10개 대학에서 선수 100여 명이 참가한 글로벌 조정 축제 ‘2024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대회’ 결승이 열렸다.

태화강을 배경으로 국적과 문화, 언어를 초월한 청년들 교류가 꽃피웠다. UNIST 1학년 박주원(19)씨는 “해외 명문대생들과 함께 노를 저으면서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잊히지 않을 경험”이라고 말했다. 옥스포드대 이삭 트로스비씨도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6국 학생들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고 전했다. 도쿄대 노무라 쇼헤이씨는 “양국 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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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2024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대회' 남자 포어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한 옥스포드 대학생들(가운데)이 서로 손을 마주잡고 환호하고 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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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공업화가 진행되며 오염됐던 태화강이 1990년대부터 20여 년간 이어진 태화강 살리기 운동 결과로 1급수 강으로 변모하면서 조정 경기도 가능해졌다. 케임브리지대 사무엘 콜씨는 “(태화)강은 맑고 아름다웠다. 주변 도시와 자연 경관이 어울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보트 위로 물고기가 뛰어올랐다고 한다. 깨끗해진 태화강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조정은 서구 명문대들이 학교 명예를 걸고 대결하는 맞수전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종목이다. 런던 템스강을 배경으로 벌이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경기는 1829년 처음 열렸으며, 1856년부터 매년 정기전 형태를 갖춰 내려오고 있다. 영국에서 주로 펼치는 조정 경기가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거쳐 미국에도 전해지면서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버드-예일 조정 경기는 1852년 시작됐고, 예일대가 있는 코네티컷주 뉴런던 템스강에서 벌어진다. 서양 문물을 활발히 받아들이던 아시아 일부에서도 조정에 관심을 가져 중국 칭화대, 일본 도쿄대 등에서 조정부를 만들었다. 일본에선 와세다대와 게이오대 간 소케이센(早慶戰) 조정 경기가 1905년부터 이어지고 있고, 한국에선 1971년 ‘조정 연고전’을 시작했다. 2002년까지 매년 8월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다가 이후 잠시 중단됐다. 이는 2006년부터 4개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 정기전으로 확장됐고, 인하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ST), UNIST 등 각 대학 조정부가 합류했다.

이같이 조정이 명문대들 사이에 널리 뿌리를 내린 데는 예의범절을 중요시해 이겨도 과하게 기뻐하지 않고, 패자를 함께 땀 흘린 동료로서 존중한다는 특성이 많이 작용했다. 각국 조정협회는 해마다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을 발표한다. 여기엔 “다른 참가자의 권리, 존엄성 및 가치를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조정은 규정된 경주용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속도를 경쟁하는 스포츠. 에이트는 조타수인 콕스(cox·키잡이)가 있는 8인승 경기로 한 사람마다 노를 한 개 잡고 9명(콕스 1명, 크루 8명)이 한 조로 경기를 한다. 포어는 4인승 경기로 콕스 여부에 따라 4~5명이 한 조다.

이번 대회 여자 포어 결승에서 UNIST 조정팀은 3분9초17로 MIT(3분9초85)를 0.68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UNIST 여자 포어팀은 “간발의 차로 우승을 해 도파민이 돌았다”면서 “두 달 정도 합숙 훈련을 했는데, 그 노력을 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3분13초16)가 뒤를 이었다. 남자 포어 결승에서는 옥스포드대가 2분25초28로 1위, 예일대가 2분28초79로 2위를 차지했고, 함부르크공대가 2분30초99로 뒤를 이었다. 남자 에이트 결승에서는 함부르크공대(2분2초31)가 1위, 옥스포드대(2분2초94)가 2위, 예일대(2분12초33)가 3위로 시상대에 섰다.

이에 앞서 1995년 조선일보 주최로 ‘세계 8대 명문사학 조정대회’가 한강에서 열린 바 있다. 당시 연세대와 고려대, 와세다대와 게이오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예일대와 하버드대가 참가했다.

[울산=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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