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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단독] 장학금 3배 줄테니, 서울대 ROTC 지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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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생활비 720만→2400만원 올려

조선일보

서울대 ROTC 후보생들이 교문 앞에서 경례하고 있다. 서울대 ROTC 동문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핵심 리더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앞으로 서울대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에서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훈련받는 학생은 장학금 2400만원을 받게 된다. 기존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열악한 군 간부들의 처우 때문에 ROTC 모집이 힘들어지자, 서울대 총동창회가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덕분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학군단은 2학기부터 ROTC들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학업 장려 장학금’을 기존 월 30만원에서 월 10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2년간 생활비로만 24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서울대 학군단은 원래 국가 장학금 등을 안 받는 학생에겐 등록금도 지원한다. 여기에 국방부에서 모든 ROTC에게 주는 지원금 1200만원과 군사 훈련비 260만원까지 더하면, 서울대 ROTC들은 3·4학년 때 현금으로만 약 3900만원을 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ROTC 선발 시 일시금으로 주는 장려금을 작년보다 300만원 많은 1200만원으로 올렸다.

서울대 ROTC가 생활비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한 건 모집이 미달되는 ROTC를 걱정한 총동창회가 지원하기로 한 덕분이다. ROTC는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2학년을 선발해 3·4학년 2년간 군사교육을 한 뒤 졸업과 동시에 군 장교로 복무하는 제도다. 서울대 학군단은 ‘국내 1호 학군단’으로, 1963년 1기생만 528명이 장교로 임관하는 등 ‘엘리트 장교’ 양성의 산실이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군 장교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최근 들어 모집이 미달되는 등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송우엽 서울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군 장교가 줄어드는 데 선배들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와 장학금을 한번 화끈하게 올려보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ROTC 지원율 상승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학군단을 운영 중인 전국 대학 108곳은 ROTC 모집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학군단을 운영하는 대학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2020년 3곳에서 2021년 11곳, 2022년 60곳, 2023년 81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학군단에서 훈련받고 임관하는 장교도 급감 중이다. 2020년 3971명이었던 전체 ROTC 신임 장교 임관 수는 올해 2776명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학별로는 서울대(15명→5명), 고려대(60명→28명), 연세대(57명→34명) 등이다.

최근 정부가 병사 월급을 대폭 인상하며 군 장교로 복무할 요인이 적어진 탓도 크다. 특히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학생들은 ‘긴 복무 기간’을 꺼린다. 올해 소위 1호봉 월급은 189만원이다. 육군 병장 월급은 2016년까지 20만원이 채 안 됐는데, 2020년 50만원까지 올랐다. 작년 100만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25만원, 내년 150만원에 도달한다. 병사와 군 장교 월급 차이가 거의 없다. 거기에 ROTC 의무 복무 기간은 28개월로 육군 병사 복무 기간(18개월)보다 10개월 더 길다.

서울대 1학년 김예준(19)씨는 “장교로 오랜 기간 복무하기보다 병사로 복무를 빨리 마치고 공부를 더 하는 것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서울대 4학년 이동민(21)씨는 “복무 기간이 병사에 비해 너무 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대학가에선 서울대의 ‘장학금 지원’ 실험이 ROTC 지원율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학기마다 ROTC 학생 일부를 선발해 장학금을 일시 지급하는 대학은 있지만, 서울대처럼 모든 ROTC 학생에게 매달 큰 금액의 장학금을 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1학년 학생 이모(20)씨는 “아버지가 ROTC 출신으로 저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은데 군 장교 처우가 너무 안 좋아 마음을 접었었다”며 “그런데 임관 전 받는 혜택을 대폭 늘려준다면 다시 ROTC 지원을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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