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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세계 최초 몽골제국사 ‘집사’를 한눈에 본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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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몽골제국사 ‘집사’의 편찬자 라시드 앗 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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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몽골제국 연대기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옮기고 엮음 l 사계절 l 2만7000원



중앙아시아사 전문가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명예교수는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에 걸쳐 라시드 앗 딘의 세계 최초 몽골제국 역사서 ‘집사’를 전체 5권으로 완역한 바 있다. ‘몽골제국 연대기’는 이 방대한 역사서의 핵심을 간추려 한 권으로 축약한 책이다.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나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 같은 기념비적 저작의 축약본이 그 책들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했듯이, ‘집사’를 축약한 ‘몽골제국 연대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옮긴이는 기대한다.



몽골제국은 인류사 최초의 세계 제국이었다. 중국에서부터 서남아시아와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대륙의 거의 전부가 몽골제국의 지배권 아래 있었다. 제국의 지배는 동과 서를 교류시킴으로써 세계사적인 문화 대변동을 일으켰고, 그 변동은 근대 세계 형성에 동력이 됐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중심이 된 근대의 역사서술에서 몽골제국은 의도적으로 외면받거나 부정적으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20세기의 양차 세계대전이 서구 중심 역사관을 흔들어놓은 뒤에야 세계사를 전혀 다르게 보는 새로운 인식이 출현했다. 이런 역사관의 전환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라시드 앗 딘이 편찬한 최초의 몽골제국사 ‘집사’다.



라시드 앗 딘은 몽골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서남아시아 ‘일 칸국’에서 13세기 중엽에 태어나 14세기 초까지 활동했다. 의약에 관한 전문 지식을 발판으로 삼아 궁정에 들어간 라시드 앗 딘은 가잔 칸(재위 1295~1304)의 치세에 재상으로 등용된 뒤 칸의 명령을 받아 몽골제국 역사서 편찬 임무를 맡았다. 라시드 앗 딘의 편찬 작업은 가잔 칸이 죽은 뒤 왕위를 이어받은 울제이투(재위 1304~1316)의 치세에도 계속돼 모두 3부(제1부 ‘가잔 축복사’, 제2부 ‘세계 민족지’, 제3부 ‘세계 경역지’)로 이루어진 ‘집사’의 완성으로 끝을 보았다. 이 방대한 역사서 가운데 특히 사료의 가치가 높은 것이 몽골제국 역사를 종합한 ‘가잔 축복사’인데, 김호동 교수가 옮긴 ‘집사’는 바로 이 몽골제국사를 다룬 제1부다. 김호동 교수는 중세 페르시아어로 쓰인 원문을 꼼꼼히 우리말로 옮겼고, 이번에 다시 그 전체 내용의 축약판을 내놓았다. 이 축약본은 칭기즈칸의 몽골 통합과 뒤이은 세계 제국 건설, 그리고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과 그 이후 시대까지를 아우른다.



라시드 앗 딘은 ‘집사’를 완성한 뒤에 쓴 서문(이 축약판에서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을 역사가로 자임하면서 역사 집필의 원칙을 밝혀놓았다. “어떤 역사가라도 자신이 쓰고 서술하는 사실과 일화들을 모두 직접 자신의 눈으로 목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만약 역사가가 확실한 사실만을 서술하고자 한다면 세상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실과 일화들은 전부 폐기될 것이고,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 자체가 무용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라시드 앗 딘은 사실을 최대한 확보하고 확인하는 것이 “역사가의 의무”이며 그런 의무에 따라 “각 종족이 갖고 있는 유명한 서적 안에 묘사돼 있는 것, 또 각 종족에게 연속적인 전승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것, 그리고 신망 있는 식자와 현자들이 자기의 신념에 따라 서술한 것”을 자료 삼아 “어떤 개변이나 교체나 유추를 가하지 않고 모두를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겼다”고 밝힌다. ‘집사’는 이런 역사서술의 원칙 위에 방대한 자료를 통합했기에 몽골제국사 연구의 초석이 될 수 있었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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