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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교수도 추천한 ‘만화로 보는 3분철학’, 은근히 끌리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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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시리즈
제1권 서양 고대철학편, 제2권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 제3권 서양 현대철학편
김재훈, 서정욱 지음 ㅣ 카시오페아(2021)



출판 시장에 불신이 가득하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온 책들은 모종의 사재기 혐의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받고,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들의 책이 주목받으면 “분명 뒤에 뭔가 있다”라는 식의 소문이 확산한다. 워낙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는 사라지고 이런저런 흉흉한 소식만 무성하다. “출판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출판사들의 시름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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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침울한 분위기 가운데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시리즈가 뜻밖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집계한 8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제1권 ‘서양 고대 철학편’은 종합 3위를 기록 중이고, 제2권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과 제3권 ‘서양 현대 철학편’은 종합 20위권에 올라 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나민애 교수가 유튜브 채널 ‘다독다독’에서 ‘자녀에게 반드시 읽히는 책’ 가운데 하나로 이 책을 언급하면서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의 순위가 급등했다. 나 교수는 영상에서 “우리 애들에게는 반드시 읽힐 거”라면서 ‘만화로 읽는 수능 고전시가’, ‘사피엔스’와 함께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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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튜브 채널 ‘다독다독’에 출연해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시리즈를 추천하고 있는 나민애 서울대 교수.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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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 강의 평가 1위’에 올라 학생들로부터 ‘갓민애’라고 불리는 나민애 교수는 ‘꽃을 보듯 나를 본다’라는 시집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딸이다. 나 교수는 지난 7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전했는데, 자녀에게 책읽기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은 2021년 7월에 제1권이 출간돼 그간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나 교수의 추천과 소개 덕분에 뒤늦게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8월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은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책이다. ‘만화’ 그리고 ‘3분’이란 키워드는 짧은 시간 재미있게 정보를 습득하려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제트세대와 2010년대 초반~202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세대적 특징을 제대로 공략했다. “기라성처럼 느껴지는 철학, 사회학, 인류학 전공자들의 발표에 지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다가,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기에 골치 아픈 텍스트를 그림과 도해로 풀이하는 편법을 써봤습니다.” 어려운 철학을 만화로 그려낸 책의 저자들(김재훈, 서정욱)의 용기가 주효했다.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자씨는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뭔가 허전해” “이상하게 빠져든다” “먼 소리여? 시방” “무슨 상관?” “만사 잊고 그냥 놀아?” “어이! 지금 나 무시한 거지?” “난 별로야!” 등, 철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콧수염을 기른 중년 신사를 향한 경자씨의 반말이 거슬리는 듯하지만, 읽다 보면 이런 말투 역시 세대적 특징으로 느껴져 친근해진다. 철학의 ‘철’자로 모르던 경자씨는 조금씩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1권이 마무리될 때쯤 이렇게 이야기한다. “은근히 끌리는걸?” 경자씨가 철학에 은근히 끌리는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에 은근히 끌리고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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