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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단독]해외도피범에 털린 국고 14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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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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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1700억원대 횡령·배임으로 징역형이 확정되고도 처벌을 피해 해외도피 중인 범죄자에게 1400억원대 세금을 돌려줬다. 세무당국의 치밀하지 못한 대응과 조세심판제도의 허점이 빚어낸 나쁜 사례로 지적된다.

22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77)이 지난해 4월 납부했던 증여세 1376억원을 최근 환급했다. 국세청은 납부한 세금 외에도 법정이자율(연 3.5%)로 계산되는 1년여치의 환급가산금 수십억원도 물어줬다. 이에 따라 선 전 회장이 손에 쥔 돈은 총 1400억원이 넘는다.

☞ 관련기사: 본지 23일자 '"증여했는데 증여세 못 물어"…편법탈세 1400억 돌려받은 선종구' 참조

국세청과 선 전 회장 사이에 2012년부터 10년 넘게 법적 공방이 벌어지면서 증여세 부과와 납부, 환급이 수차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한 환급가산금만 이미 350억원에 이른다. 증여세를 고스란히 돌려준 것에 더해 수백억원대에 가까운 돈을 추가로 혈세로 지급한 셈이다.

이번 증여세 환급은 해외도피 중인 선 전 회장이 제기한 증여세 불복 사건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지난달 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조치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불복할 수 없어 대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선 전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2021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직후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검찰은 2022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된 뒤 해외도피를 뒤늦게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지만 아직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선 전 회장은 해외도피 중 이번 소송과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결과적으로 징역 확정 판결을 무시한 채 해외에서 버티고 있는 도피사범을 국세로 배불려준 셈"이라며 "합법을 뒤짚어쓴 '세금 게이트'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세청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의 소송·행정 역량 부족과 조세심판제도상의 맹점을 방치한 결과가 결국 수천억원대 세금 손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감사원이 선 전 회장에 대한 증여세를 제대로 추징하지 못한 문제로 2021년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국세청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사안과 연관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국세청 책임론이 더 부각된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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