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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호기심·장난, 딥페이크 성범죄 주 원인…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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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방심위, 딥페이크 성범죄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
피해자 인격 완전히 상실시켜…국가·사회·학교·가정 협력 대응해야

머니투데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OUT! - 현안 진단과 대책 모색' 주제로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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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N번방부터 지금의 딥페이크까지 겪으며 이슈가 될 때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콘텐츠 생성과 소비에 책임감을 느끼고 공동체로서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에서 문성환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정책부장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시청자미디어재단(재단)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빠른 차단·처벌 강화·AI 규제 마련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으면서도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늦은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예방교육"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필운 한국교원대 교수 겸 한국인터넷법학회장도 실효성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영국은 2003년부터, 프랑스는 2013년부터 교육과정에 반영했다"며 "우리도 2015년부터 현행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포함돼 있으나 전공자 부족 등으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경 방심위 전문위원도 "교육 현장을 보면 '무늬만 교육'이 많아 아이들도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도 "현재 학교 교육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떻게 돼 있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10대와 20대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 중 10대가 36.6%, 가해자의 31.4%가 10대로 가장 많았다. 20대 피해자 비중은 32.6%, 가해자 비중은 7%다.

더욱 큰 문제는 가해자들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성환 부장은 2023년 디지털성범죄 가해자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며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범죄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고, 두번째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세번째는 장난이라고 설명했다.

문성환 부장은 "가해자들이 이를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딥페이크가 왜 만들어지고 왜 유통되는지를 말해준다"며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이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 교육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문 부장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모두에게 악용 가능성을 알려주고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성인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영규 인터넷기업협회 정책1실장도 "기업도 정부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적극 동참하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 이용자 교육 캠페인 등을 통해 사전 예방조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단편적인 교육을 넘어 통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기현 서울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장은 "딥페이크가 이슈가 되니 딥페이크에 대해 교육하고 온라인 그루밍이 이슈가 되면 온라인 그루밍을 교육하는데, 이런 단편적인 방식으로는 문제를 막기 힘들다"며 "아이들은 일방적인 교육을 듣지 않기 때문에 센터는 인형극, 보드게임 등을 통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문성환 부장도 "국가·사회·학교·가정 모두 협력해 종합 대응해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는 피해자 구제·법 제도 보완·탐지 기술 지원을, 학교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윤리·책임 의식을 갖출 수 있는 성교육을,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콘텐츠에 대해 같이 대화하고 불법 콘텐츠 대처 방안 등을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기현 센터장은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은 친구들이 100원만 주면 합성해주겠다고 해서 장난으로 해본 거라고 말한다"며 "많은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 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 및 사회를 맡았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인 권헌영 교수도 "어린이들(촉법소년)이 문제가 됐다고 해서 처벌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해자 학부모에게 몇천만원 단위의 손해배상을 하는 것 등을 일상화해야 한다"며 처벌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나라에서 무엇 때문에 못 한다 핑계 대는 것은 국민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니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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