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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美는 ‘빅컷’ 가능성…달러 힘 빠지고, 원화 가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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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최근 고용지표도 예상 밖 약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폭을 키우는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피벗 못박은 Fed “다음 달 인하 적절”



21일(현지시간) Fed는 이날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vast majority) 위원들은 다음(9월 17∼18일)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Fed가 지난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5.25~5%)했지만,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사실상 못박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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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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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몇몇(several) 위원들은 최근 물가와 실업률 상승세가 이번(7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의사록에는 미국 고용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의사록은 “다수(majority) 참석자들은 Fed의 고용 목표 관련 위험이 증가했다고 언급했으며, 많은 참석자는 물가 상승률 관련 위험은 감소했다고 말했다”면서 “많은(many) 위원이 고용지표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예상 보다 약한 美 고용, 일자리 증가 폭 80만개 줄어



의사록에 담긴 Fed 위원의 우려처럼,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는 급속히 악화하는 추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간 비농업 분야 일자리 증가 폭을 기존 발표치(290만명)에서 81만8000명 낮춘 208만2000명으로 수정했다. 미국은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한 달 신규 일자리 변화 폭을 속보치로 발표한다. 이후 이를 점검해 수정치 내놓는다. 이날 발표한 수정치에서 일자리 증가 폭이 줄어든 규모는 12개월 합산 기준으로 15년 만에 최대다.

22일 미 노동부가 공개한 지난주(8월 11∼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3만2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000건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건)을 소폭 상회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연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월 4∼10일 주간 186만3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4000건 늘었다. 연속 실업수당 청구의 증가는 실업 후 새 일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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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레스토랑 밖에 걸린 ‘구인’ 간판의 모습.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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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한 지난달 미국 실업률(4.3%)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 확산했던 2021년 10월(4.6%)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달 ‘빅컷’ 가능성 29→38% 상승



탄탄한 줄 알았던 미국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친 것이 맞다면, 향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장의 예상보다 인하 폭을 더 키우는 ‘빅컷’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실제 22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일자리 증가 폭 수정치 발표 이후 다음 달 빅컷 가능성은 29→38%로 상승했다.

빅컷 가능성에 줄곧 강세를 보였던 달러 값도 한풀 꺾였다. 21일(현지시간) 미국 ICE 선물거래소가 발표한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101.04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7일(100.99) 이후 가장 낮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지표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당 지표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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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값도 상승세를 탔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9원 오른(환율은 하락) 1334.7원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값은 ‘피벗(Pivot·통화 긴축 정책 전환)’ 기대감이 불거졌던 지난 3월에도 1330원대를 기록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높은 물가 지표 등의 영향을 반영해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떨어졌었다.



“美보다 피벗 속도 늦어”…고민 커지는 한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전망에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한은은 빨라도 10월이 돼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 한 달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빅컷까지 단행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늦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내수나 경제 성장률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부진한 한국이 기준금리 인하 강도마저 약하다면, 고금리로 내수 부진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소매 판매 호조, 빅컷 가능성 아직 낮아”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빅컷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한 지난달 미국의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 늘면서, 1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의 둔화만으로 경기 침체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나온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나 소매 판매 지표 등을 보면 경기 침체의 징후가 없기 때문에, 일부 고용 지표만으로 Fed가 빅컷을 단행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결국 8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나와야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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