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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필요할 때만 뇌에 전기자극… 파킨슨병 증상 50%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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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환자 4명 대상으로 임상시험

몸 이식 심장박동기와 같은 원리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할 듯

필요할 때마다 심장근육을 자극하는 심장박동기처럼 증상에 따라 자동으로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은 “환자의 상태에 맞춘 ‘적응형 심부 뇌자극’으로 파킨슨병 증상을 절반가량 줄였다”고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밝혔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근본적인 완치법은 아직 없다. 파킨슨병 환자는 세계 전역에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이번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기 자극을 달리 가하는 적응형 심부 뇌자극으로 약물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물은 뇌에서 도파민이 되는 ‘레보도파’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뇌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환자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 적절한 수준의 전기 자극을 가하도록 했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2019~2022년 전극 이식 수술을 받고, 2023년 11월까지 일상생활을 하며 파킨슨병 증상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스스로 평가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 언어장애, 보행장애 등 6가지 항목이 평가 대상이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환자 상태에 따라 전기 자극을 달리한 적응형 심부 뇌자극은 기존 뇌자극보다 평균적으로는 41%, 최대 53%까지 증상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월 연구진은 적응형 심부 뇌자극이 파킨슨 환자의 불면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가 자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해 숙면을 돕는 전기 자극을 찾아냈고, 이를 적용했더니 불면증을 유발하는 뇌 활동이 최대 83% 감소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심부 뇌자극은 파킨슨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대부분은 약물 요법과 병행해야 한다”며 “우울증, 강박 장애 같은 정신 질환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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