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실리콘 밸리'에 2027년 가동 목표…7나노 이하 차량용 반도체 생산 주력
"공급망 안정화↔지정학적 긴장 완화 '윈윈'"…총사업비 절반 독일 정부가 지원
독일 동부 작센주(州) 주도 드레스덴에서 대만 TSMC의 첫번째 유럽 반도체 공장 착공식이 20일(현지시간) 열렸다. 사진은 착공식에 참석한 미하엘 크레취머 작센 주지사(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웨이 저자(魏哲家·C C 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첫 삽을 뜨는 모습이다. 2024.08.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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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반도체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에서 TSMC의 생산공장이 건설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사측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반도체 보조금 역사상 최대 규모인 7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독일 정부가 TSMC에 집행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TSMC의 유럽 합작회사 ESMC는 20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州) 주도 드레스덴에서 2027년 말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착공식 연설에서 드레스덴 공장으로 유럽은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TSMC는 중국발(發)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했다며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착공식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미래의 지속 가능한 기술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반도체 공급을 세계의 다른 지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정부가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7년까지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 반도체 제조회사'라는 뜻의 ESMC는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기업인 보쉬·인피니언·NXP가 각각 10%씩 지분을 갖고 설립했다. 독일 작센주는 '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지역으로 드레스덴 일대엔 반도체 기업과 연구소, 공과대학이 소재한다.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 월간 12인치 웨이퍼 4만장을 제조하며, 독일의 주력 산업이 완성차인 만큼 7나노(㎚·1㎚=10억분의 1m) 이하 차량용 반도체에 주력할 전망이다.
총사업비 100억유로(약 14조8000억원) 중 절반인 50억유로(약 7조4000억원)는 독일 정부가 지원한다. EU에선 회원국이 자국 내 산업체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려면 EU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독일 정부의 관련 집행 계획을 승인했다. 집행위는 이날 성명에서 "공장은 개방형 파운드리로 운영된다"면서 "이는 모든 고객이 반도체 생산을 주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50억 유로는 지난해 9월 'EU 반도체법'이 발효된 이래 집행위가 승인한 국가 보조금 중 가장 큰 액수다.
다만 외국계 기업에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투입되자 독일 내부에선 '특혜'라는 지적도 나오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숄츠 총리는 이날 착공식 연설에서 "우리는 민족주의와 분노 대신 세계에서 개방적인 친(親)유럽 성향의 독일이 필요하다"며 "세계에 대한 개방성과 자신감을 보존하고 방어한다면, 이번 대규모 투자는 '실리콘 작센'과 독일 동부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마지막 투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작센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TSMC 반도체 보조금이 지역 민심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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