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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중년들의 연애도 설레고 풋풋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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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랑만큼 두근두근… ‘50대 연애 예능’ 인기

조선일보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 등장하는 53세 동갑내기 배우 양정아(왼쪽)와 김승수가 ‘20년지기 친구’에서 연인 느낌으로 발전하는 모습. 생일도 7월 25일로 같은 이들이 생일 기념 놀이공원 데이트에 나섰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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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섭씨 곧 ‘울산 사위’ 되시나요? 이제 소백남(소개팅 백 번 한 남자)은 탈출한 거죠?”

“영림씨 손에 반지 끼워주려고 힐끗힐끗 손만 보는 데 제가 다 떨리더라고요.”

상대와 눈이 마주치고, 어깨를 부딪히고, 손가락이 잠깐 스칠 때마다 각종 커뮤니티 댓글 창은 폭주한다. “지금이 딱이다. 손잡자.” “에이구 저런, 제발 용기 내세요!”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11세 연하 일반인 여성과 공개 연애를 선언한 개그맨 심현섭(54)을 향한 응원 글이다. 두 달간 이른바 ‘썸’을 타면서도 손 한번 잡지 못했던 심현섭의 손잡기 도전기가 공개되자 “이런 게 인간 승리” “월드컵 4강 진출했을 때 기분”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비슷한 시기 방영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만난 지 불과 며칠 만에 ‘뽀뽀’하는 커플이 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투르고 답답해 보이는데도 20대 설렘 못지않게 풋풋한 중년의 사랑. 최근 방송가를 가장 들썩이는 키워드는 바로 ‘50대 연애 예능’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평균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긴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요즘 50대의 연애는 좀 늦었지만, 가슴 설레기는 매한가지다. (이혼 후 싱글로) 돌아왔든, 아니면 처음부터 독신이었든 여전히 활력 있는 이들에게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확신시켜 줄 때마다 시청률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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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SBS ‘미운우리새끼’를 통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있는 71년생 53세 동갑내기 친구인 배우 김승수·양정아. 이혼 경력이 있는 양정아에게 언제나 친구같이 따뜻했던 노총각 김승수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걸맞은 상대로 보인다. 20년지기 친구에서 최근 생일 데이트를 나선 지난 18일 방송에선 시청률이 최고 17.8%(닐슨 전국 기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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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랑꾼’에 출연 중인 노총각 개그맨 심현섭이 103번째 소개팅으로 만난 울산 출신 영어 교사 영림씨를 향해 프러포즈하는 모습.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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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심현섭 역시 데이트 상대인 ‘영림씨’에게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시청률은 치솟는다. 심현섭의 아버지는 아웅산 테러로 목숨 잃은 심상우 전(前) 의원으로, 얼마 전 데이트 80일을 맞아 국립 현충원 부모 묘소에서 프러포즈 하는 장면 시청률이 최고 5.7%까지 상승했다.

‘어른들의 사랑’이라 더 농익고 노골적일 것 같지만 그 반대다. 마치 학창 시절 그때로 돌아간 듯 더 수줍고 애틋하다. 영림씨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프러포즈때 할 대사를 외우고, 멋쩍고 어색한 마음에 개그로 마무리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울산 사위’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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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절친’인 배우 이수경(맨 왼쪽), 예지원, 오윤아가 일반인 남성과 데이트하며 공개 연애를 선언한 예능 ‘여배우의 사생활’.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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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처음 방송한 TV조선 ‘여배우의 사생활’에선 털털하기로 소문난 51세 배우 예지원의 변신이 화제다. 그와 함께 오윤아(44) 이수경(42) 등 ‘찐친’ 3인이 일반인 남성을 상대로 만나는 공개 연애 프로그램. 10년간 연애와는 담 쌓고 있었다는 예지원은 과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샹송을 부르거나 대화 도중 춤을 추는 등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설렘을 감추지 못하며 상대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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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중년 일반인 8인이 모여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쇼 ‘끝사랑’.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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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연예인들의 사랑에 이어 이젠 일반인들의 연애도 등장했다. 지난 15일 처음 방송된 JTBC ‘끝사랑’은 50대 이상 일반인 남녀 8인의 연애를 그린 프로그램. 각자 이혼 등 과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저마다의 상처를 나누며 천천히 서로를 치유해간다.

다른 2030 연애 프로그램보다 대화 속도를 1.5배 느리게 한 듯한 여유로운 말투와 “다 겪어봤다”는 듯한 관조적인 태도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보고 있으면 힐링된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출연진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외모로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대화 도중 “지병 체크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거나, 돋보기를 서로 나눠 쓰는 장면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아 심리치유학자는 “미국의 유명 정신과 의사 머레이 보웬의 ‘자기 분화’ 이론처럼 누구의 엄마 아빠 같은 사회적 구속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며 나이에 관계없이 ‘남자’ ‘여자’로서 보여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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