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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태평로] 이재명 대표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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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선고·호남 보선·김경수 복귀

독주 흔들 변수들 막기 총력전

개딸 패권에 ‘막사니즘’ 변질 땐

예선 무적이어도 본선 어려울 것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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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 3기가 시작됐다. 1기는 대선 후보 선출로 출발해 대장동 비리와 대선 패배로 막을 내렸다. 2기는 당 장악과 총선 승리라는 반전 드라마였다. 3기는 사법 리스크를 넘어 중도화 전략을 통해 대선 승리로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초유의 85% 득표율로 독주 체제를 완성했으니 기대할 만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대표 주변에선 걱정이 많다. 두 달 뒤 이 대표를 흔들 태풍 3개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먼저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 선고가 10월 중 예정돼 있다. 두 사건 모두 단순·명확하고 증거나 증인도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집행유예나 벌금 100만원 이상 당선 무효형이 나오면 대선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 대표가 가장 두려워 하는 일이다.

10월 중순엔 전남 곡성·영광 군수 보궐선거가 열린다. 조국혁신당이 두 곳 모두 후보를 낸다. 민주당 텃밭이지만 만만치 않다. 조국당은 총선 호남 비례대표 득표율 1위였다. 곡성·영광도 1%p 안팎 차이였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호남 지역 투표율과 이 대표 득표율은 낮았다. 보선에서 지면 조국 대표에게 호남 주도권을 뺏긴다.

11월엔 ‘친문 적자(嫡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돌아온다. 그는 8·15 복권으로 대선 길이 열렸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이 대표와 격차가 크다. 대선 출마 의지도 명확치 않다. 친문 진영은 총선 때 ‘공천 학살’로 지리멸렬 상태다. 아직 미풍 수준이지만 다른 변수와 맞물리면 ‘이재명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세 난관을 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는 생존 능력 최강이자 임기응변의 달인이다. 어떤 위기가 와도 살아남았다. 핵심 측근은 “법원과 대화 통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거법은 무조건 벌금 100만원 이하로 막아야 한다고 한다. 당선 무효형 땐 민주당도 대선 자금 400억원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이런 판결은 법원도 부담스럽다. 위증 교사는 유죄가 나와도 시간 끌기로 대응할 수 있다. 3심까지 2년을 끌어 대선에 승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을 앞당기는 비상 수단도 있다.

이 대표는 대선·총선에서 친문과 비명의 경쟁자들을 모두 정리했다. 김 전 지사를 “환영한다”고 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개딸과 친명을 앞세워 싹을 자르려 할 것이다. 조국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탄핵 연대’와 ‘선거 연대’로 감싸안는 방법도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가면 이 대표는 야권의 유일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대표 유일 체제를 유지하려면 홍위병 역할을 해온 개딸과 친명 패권이 더 막강해질 것이다. 다른 목소리는 용납되지 않는다. 비주류는 이탈하고 민주당 외연은 쪼그라들 것이다.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탄과 탄핵 집착증은 만성적 정쟁과 국회 폭주로 이어질 것이다. 이 대표가 집권을 위해 내세운 실용적 ‘먹사니즘’도 생존을 위해 뭐든지 하는 ‘막사니즘’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개혁·민생 정책 추진 약속은 깨지고 유능한 경제 정당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난 2년이 그랬다.

이 대표는 대장동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했다가 비리가 드러나자 본인은 몰랐다고 했다. 함께 일한 간부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고 “내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그런 줄 알더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었다. 이 대표가 정말 두려워할 일은 유능함과 국민 신뢰를 함께 잃는 것이다. 온갖 방법으로 재판 위기를 넘기고 경쟁자를 정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예선은 무적이겠지만 본선에서 성공하긴 어렵다. 개딸의 지도자, 생존형 정치인에 머물러선 안 된다.

[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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