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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흉기난동' 최원종 2심도 무기징역…검찰·유족, '사형' 호소에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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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법원이 숙고를 거듭해 내린 결론" 무기징역

뉴스1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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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피고인 최원종이 검찰측과 유가족의 '사형' 선고 호소에도 불구하고 2심에서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일 수원고법 제2-1형사부(고법판사 김민기·김종우·박광서)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최원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최원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측은 재판부에 "피해자와 유족, 사회의 여론을 이해만 하지 마시고 사형에 대한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유족들도 법정에 직접 나와 최원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절절히 호소했다.

고 이희남씨의 남편은 "1심 재판은 다른 유사 사건의 양형과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흉악 살인자에게 관대하게 처분했다"며 "계획 살인은 사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강조했다.

고 김혜빈양의 어머니도 "최원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면서 "최원종의 형벌을 정하는데는 조현병에 의한 심신미약이 아닌 14명의 피해자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원종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에 대해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법원으로서는 사형의 특수성 및 엄격성, 다른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피고인의 범행 동기인 조현병 증세와 망상 정도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가 유일한 선택임을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화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심의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양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면서 검찰과 최원종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어 "원심은 최원종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한 수감생활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자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며 "이 법원이 숙고를 거듭해 내린 결론도 원심과 같다"고 판시했다.

최원종 측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특히 최원종 측은 2심에서 '심신상실'에 의한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최원종의 '심신미약'까지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감형 사유'로 삼지는 않았는데,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원종의 정신감정과 국립법무병원 사실조회 결과, 피고인의 정신병력,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최원종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의 범행 동기, 피고인이 범행 전 게시한 여러글을 종합해보면 최원종이 범행 당시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으로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최원종은 이 사건 범행 당일 수사기관에 살인 범행에 나아간 경위와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범행 직후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거나 자신의 신병처리를 고려한 것을 보면 심신미약을 넘어 심신상실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공판에서 최원종은 피고인 신문 중 "현재 수감돼 있는 곳에서도 조직 스토커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서 "교도관들과 죄수들까지 다 스토커 조직에게 매수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도관들이 천장이나 TV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나의 혼잣말을 엿듣고 이를 웹사이트에 올려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방식으로 나를 스토킹하고 있다"고도 했다.

2심에서는 7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최원종에 대한 엄벌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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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AK플라자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3.8.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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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선고 후 유족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김혜빈 양의 어머니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피해 유족들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게 과연 국민의 감정에 상응하는 결과인지 끝까지 대법원의 판결을 받고 싶다"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고 이희남 씨의 남편도 "우리나라 사법부는 죄 없는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아니라 살인자를 위해주는 사법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사법의 정의가 뭔지 알 수 없다"며 원망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충격한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최원종이 몰던 차에 치인 김혜빈 씨(당시 20세)와 이희남 씨(당시 65세)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한편 현재 사형제도는 세 번째로 위헌 심사대에 올라와 있지만 몇년 째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는 사형에 대해 합헌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은 지난 1997년 12월 이후 동결된 후 단 한 차례도 집행된 바 없다.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무기한 집행 대기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 실질적으로 가석방없는 종신형인 셈이다.

하지만 최원종의 경우 사상자가 다수인 '묻지마 살인'이어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더라도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가석방 가능성은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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