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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이런 법은 우리도 수용"... 민생 챙긴다면 '10개 법안' 국회 통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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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금투세 토론'에 박찬대 '영수회담' 제안
여야 정책위의장은 구체적 법안 이견 좁히기
野 "민생지원금 수용부터" 與 "8월에는 휴전"
공통분모 법안, 입법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국일보

김상훈(오른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일 국회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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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7일 어렵사리 손을 잡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기료 감면’과 ‘금융투자소득세 토론’으로 민생 문제를 언급하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당은 ‘영수회담’ 제안으로 판을 키웠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정부-국회 협의기구’ 제안에 화답하면서 "8월 임시국회는 휴전하자"고 역제안했다.

'정책 사령탑'인 여야 정책위의장도 22대 국회 들어 처음 만났다. 양측은 상대 정당이 수용 가능한 ‘무쟁점 법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여야가 사활을 걸고 충돌하는 쟁점 법안이 수두룩한 만큼,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 협치의 동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한 대표는 이틀 전 야당에 전기료 감면을 제안한 데 이어 이날은 금투세 토론을 꺼냈다. 민주당의 거부로 일단 무산됐지만 고성이 익숙한 국회에서 정책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맞짱토론은 생경한 일이다. 이에 호응하듯 민주당은 이틀 연속 영수회담을 거론했다. 전날 이재명 전 대표에 이어 박 원내대표는 “경제 비상상황 대처와 초당적 위기 극복 협의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 회동에서는 구체적 법안에 대한 제안이 오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당론법안 50여 개를 보니 큰 이견 없이 수용 가능한 법안이 눈에 들어온다”며 △범죄피해자보호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을 언급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동훈 대표께서 폭염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을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전기료 감면법이 발의돼 있고, 이견도 크지 않은 듯하니 신속 협의해서 처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를 포함해 양측이 꼽은 무쟁점 민생법안은 10개로 파악됐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에 대해 “미세한 쟁점을 조율해 신속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구하라법(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도 “21대 국회에서 이견이 없었음에도 처리가 안 된 법안”으로 꼽으며 실무 검토 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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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책위의장 회동서 언급된 주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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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처럼 터진 대화와 타협의 물꼬가 원내대표 간 정례 협의체 등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당장 여야 원내대표들은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

박 원내대표는 영수회담과 정책 협의 기구를 제안하면서 “민생 관련 입법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중단하라”며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대해 양당은 “국민의힘에서 대통령과 잘 상의해 공포되도록 해주면 좋겠다”(진성준), “당내 입장 정리가 필요한데, 현재는 반대 입장”(김상훈)이라며 서로 시각이 달랐다.

추 원내대표는 “8월 임시회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하고, 정부는 야권 주도로 처리한 ‘방송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 휴전은 쉽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꺼낸 금투세 관련 토론에 대해서도 "금투세 얘기밖에는 할 말이 없느냐. 상황을 돌리자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결국 협치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단계는 여야가 함께 언급한 10개 민생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우선 8일 오전 비공개로 만나 논의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카드를 맞춰보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 법안들이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원내대표, 당대표들이 이런 (정쟁) 상황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각성을 하고 이를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민석 인턴 기자 minseok10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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