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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성능 쪼개기·中고위급과 회동”···미 반도체 규제에 韓美기업들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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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임박한 美 새 반도체 규제안
삼성·SK하이닉스 피해 여부 주목
상무부, 작년 HBM 예비적 주의
올해 신규 규제 포함시킬지 쟁점


매일경제

미국의 새로운 대중국 반도체 규제 계획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부터 미국의 엔비디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플레이어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시장의 관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 규제 대상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시킬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또 매년 규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실정이다.

화웨이 타깃으로 시작된 美 기술 규제, ‘반도체 전쟁’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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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반도체 규제 설계와 집행을 책임지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 조직 로고. <이미지=미 상무부>


미 대중 규제의 출발점은 2019년 화웨이였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인 화웨이와 계열사 70여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 규제의 닻을 올렸다. 화웨이에서 진화한 미국의 규제 전략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장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주축이 돼 매년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미 상무부의 대중 기술 규제는 크게 반도체 장비와 개별 품목으로 나뉘어 규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10월 수출관리규정 개정을 통해 미국은 고성능 컴퓨팅 칩을 통제목록에 신규 추가했다.

또 슈퍼컴퓨터를 해외직접생산품(FDP) 규칙 적용 대상으로 추가해 미국 정부의 허가를 얻고록 했다. FDP 규칙은 외국산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 및 소재를 사용한 경우 미국 당국의 수출 허가 없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정 과정에서는 통제 대상인 AI 칩과 관련해 ‘성능밀도’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규제 수위를 높혔다.

삼성·SK 규제 리스크, ‘반도체장비→HBM’로 확전 가능성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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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양산에 나선 4세대 HBM ‘HBM3 아이스볼트’ 솔루션. <이미지=삼성전자>


이 같은 규제 강화 추세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이익 침해 여부는 ‘반도체 장비’ 쪽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기업이 중국 현지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이는 데 제동이 걸릴 가능성 때문에 우리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졌고, 다행히 한국은 규제 적용을 유예받았다.

그런데 올해 추진되고 있는 개정 작업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AI 메모리칩인 HBM 품목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설정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받고 있다. 상무부가 작년 새 규제 확정과 함께 “500억 개 이상 트랜지스터를 가지면서 HBM을 갖춘 집적회로 등의 수출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HBM 생산을 양분하고 있는 기업이 다름아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상무부는 올해 새 규제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그 초안을 이달 공개할 예정으로 HBM 품목에 대한 직접 규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과 교차하고 있다.

특히 직원 550여명의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보다 다양화하는 규제 범위를 견뎌낼만큼 예산과 조직면에서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도 바이든 행정부 내 논쟁 거리다.

실제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행 수출통제 방식과 관련해 얼마전 BIS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및 인력 확대, 그리고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한 우려거래자 리스트와 수출통제 규칙의 재검토 및 간소화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정부의 집행 역량을 고려해 낮은 우선순위 위협에 대한 FDP 규칙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음만 앞서지 말고 실행력이 따라주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美기업도 대중 규제 강화에 골머리···성능 낮추고 중국 고위급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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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중국용 성능 저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엔비디아. 사진은 엔비디아 HGX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이미지.<출처=엔비디아>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실제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물음표를 던진다. 대표적인 예가 엔비디아의 성능 쪼개기 논란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의 적용을 면제 받고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AI 가속기는 H20으로, 주력 제품인 H100보다 연산 능력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저사양 버전이다.

엔비디아는 2023년 10월 법 개정에 따른 규제를 피하고자 H20을 대중국 수출용 제품으로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보도를 통해 엔비디아가 H20 제품을 앞세워 올해 중국 시장에서 120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10월 규제 때도 A100과 H100 칩의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자 저사양 버전인 A800과 H800을 만드는 등 신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저사양 반도체 여러 개를 묶어 고성능 반도체에 준하는 성능을 낼 수 없도록 2023년 개정 때 ‘성능 밀도’(전체 연산 성능을 다이 면적으로 나눈 값) 기준까지 넣었지만 이를 회피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올해 신규 규제 때 엔비디아의 H20 제품까지 수출 금지 품목으로 설정될 경우 엔비디아를 새 고객으로 삼으려는 삼성전자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는 최근 삼성전자의 4세대 HBM3가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는데, 바로 이 제품이 H20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대중국 수출에 애를 먹고 있는 마이크론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열린 미중무역전국위원회에 미국 민간기업 참석자 중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그의 행보에 대해 언론들은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 시장의 접근성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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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이사회 대표단과 회동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오른쪽 둘째)가 자리를 함께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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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작년 5월 마이크론 반도체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 내용을 담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해 중국이 마이크론을 희생양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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