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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에어비앤비 불법숙소 퇴출에 … 강남·홍대 오피스텔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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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 초만 해도 에어비앤비 하겠다며 오피스텔을 계약하는 손님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싹 달라졌어요."

서울 강남 오피스텔 밀집지역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이 지역은 에어비앤비 오피스텔이 대부분인데 연장을 안 하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오피스텔 임차 수요는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에어비앤비의 연간 거래액은 1조원 규모다.

8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유숙박 시장에서 99%를 차지하는 에어비앤비가 불법 숙소 퇴출을 전격 선언하자 업계가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는 오피스텔·빌라 등에서 영업신고 없이 운영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앞으로 미등록 숙소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숙소 운영 호스트들에게 '영업신고 정보와 영업신고증' 제출을 안내하고 있다. 신규 등록 숙소는 연말부터 영업신고증 제출이 의무화되고, 기존 등록 숙소는 1년 유예 기간을 둬 2025년 말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중 하나로 등록해야 한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외국인민박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그동안 신고를 하고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외국인민박업은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고, 손님은 외국인만 허용된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상업시설로, 운영 자체가 불법이다.

국내 숙박 플랫폼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등록된 에어비앤비는 1만7300개인데 외국인민박업 숙소는 2295개밖에 안 된다. 에어비앤비 약 90%가 불법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미등록 숙소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의거해 최대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단속이 어렵고 벌금도 에어비앤비 수입보다 적다 보니 미등록 숙소가 계속 생겨났다. 공유숙박업체 위홈에 따르면 서울 에어비앤비 숙소 1호실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2300만원에 달한다. 홍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오피스텔 월세를 얻은 후 에어비앤비로 부수입을 올리는데, 한 달에 월세의 두 배 이상은 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에어비앤비 숙박시설로 쓰인 홍대, 합정, 강남 일대 오피스텔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그 대신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다른 숙박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생숙은 그동안 분양가가 높았지만 에어비앤비에 밀려 객단가가 떨어지다 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권진수 호스텔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 때 많은 숙소가 문을 닫은 상태에서 코로나 종식 후 외국인 관광객 방한 규모가 빠르게 회복돼 국내 숙소는 1년간 예약률 90%가 넘을 정도로 부족하다"며 "그런데 에어비앤비까지 줄게 되면 기존 숙박시설은 몸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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