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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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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염색체 논란 속에 복싱 金 도전하는 칼리프 "아이 돈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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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프, 압도적 기량으로 결승 진출
"나는 재능 있는 사람" 자신감
대회 시작과 동시에 성별 논쟁 시작
IOC-IBA 설전에 장외까지 갑론을박
칼리프 "나는 여성... 그만 괴롭혀라" 울분
한국일보

이마네 칼리프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에서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을 이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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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논란에 휩싸인 알제리 복싱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결승전에 올라 금메달에 도전한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준결승을 통과한 칼리프는 "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칼리프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에서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에게 5-0(30-27 30-26 30-27 30-27 30-27)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했다. 16강전에서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내고, 8강에서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칼리프는 이날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휘어잡았다. 칼리프의 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5시 5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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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네 칼리프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에서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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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칼리프는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매우 기쁘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8년간 훈련했다. 이 순간이 매우 자랑스럽고, 알제리 사람들의 응원에 감사하다"며 "나에 대한 논란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여기까지 왔고, 사람들이 바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것뿐이다. 나는 재능 있는 사람이고, 알제리인들의 선물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상대였던 수완나펭도 "그녀는 여성이다. 여성이지만, 매우 강하다"고 옹호했다.

칼리프의 승리에 알제리 대통령도 축하를 보냈다. 압델마지드 테부네 알제리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하고 완벽한 결승 진출로 알제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해왔다는 거고, 신의 뜻에 따라 금메달을 딸 것"이라며 "모든 알제리의 여성과 남성이 당신과 함께한다"고 격려했다.

남자? 여자? 복싱에서 불거진 성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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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로버트(왼쪽) 국제복싱협회(IBA) 사무총장이자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마르 크렘레프 IBA 회장은 화면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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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프는 이번 대회 시작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는 의학적 이유로 대만의 린위팅과 함께 세계선수권에서 실격시켰다. 이후 우마르 크렘레프 IBA 회장은 인터뷰에서 칼리프가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칼리프와 린위팅의 복싱 여성 종목 출전을 승인하면서 이들은 링 위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이어진 IOC와 IBA의 설전에 칼리프는 연일 도마에 올랐다. IOC는 칼리프가 여성으로 나고 자란 점을 강조하며 IBA의 검사를 신뢰할 수 없고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맞섰고, IBA는 두 차례 염색체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IOC에 보고했지만 IOC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IBA는 성별 테스트 과정이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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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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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반응이 계속되자 두 단체의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IOC는 지난해 심판 편파 판정, 재정난, 승부조작 등으로 IBA를 사실상 퇴출시키면서 파리 복싱 유닛(PBU)이라는 임시 기구를 설립한 바 있다. 새 연맹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복싱은 제외될 위기다.

논쟁은 경기장 밖까지 번졌다. 출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자신의 SNS에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여성 복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부상을 당하는 것? 죽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IOC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고통은 칼리프의 몫이었다. 그는 8강전 이후 자신이 여성이라고 울부짖었고,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올림픽 원칙과 헌장을 지키는 선수들을 괴롭히지 말라. 이것(비난)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고, 생각과 정신을 죽일 수 있다. 비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칼리프의 성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쉽게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혹 이들이 남성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 월등히 많이 분비되는 성적 발달 차이(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 선수라면, 여자부 경기 출전 적절성 시비가 계속될 수도 있다. 일반 여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위적으로 얻은 게 아니다 보니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어서다. 세계육상연맹(IAAF)은 DSD 선수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기준 이하로 낮춰야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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