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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단독] 유엔 인권사무소, 윤 대통령에 서한…“인권위 독립성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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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다 알-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차석대표(오른쪽)가 지난 1월2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청사에서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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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알-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차석대표(부대표)가 한국의 차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지명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권위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갈 인사를 선택해달라’는 취지의 특별 서한을 보냈다. 유엔기구 수장이 특정 국가인권기구 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지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서한까지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인권위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유엔 안팎의 우려를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사정을 잘 아는 국내 관계자는 1일 한겨레에 “나다 알-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차석대표가 지난달 29일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를 통해 외교부에 유엔의 입장을 피력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현재 대통령실에 이 서한을 보고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한겨레에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세계 각국의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조직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으며 뉴욕 유엔본부에 사무소를 두고, 국가별·지역별 사무소도 운영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의 경우 북한 인권문제 모니터링 등에 집중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탈북민 등 피해자와 가족 117명을 면담 조사하기도 했다.



나다 알-나시프 차석대표가 보낸 서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강한 국가인권기구로 평가받아 온 한국 인권위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인권위의 독립성과 가치를 잘 지켜나갈 수 있는 인권위원장 지명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이 서한은 인권 전문성과 국제인권 규범에 대한 존중 의식을 갖춘 신임 인권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국가인권기구 위상 강화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유엔의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인권위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부여하는 에이(A)등급 인권기구로, 현 송두환 위원장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의 아시아태평양지역(APF) 의장을 맡고 있다. 국가인권기구의 파리원칙 준수 여부에 대한 정기적 심사로 A등급을 받은 인권위는 유엔 8대 인권조약기구의 국가보고서 심의 발언권, 유엔 인권이사회에서의 발언권,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회의 발언권,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의사결정권 등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송두환 위원장의 9월3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인권위원장 후보군을 두고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는 김진숙 변호사, 김태훈 사단법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사장, 안창호 변호사, 정상환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을 지명권자인 대통령에 추천했다. 이중 한상희 교수가 후보 사퇴 뜻을 밝혀 현재 4명의 후보가 남아있다.



인권단체들은 후보들 가운데 특히 안창호, 김태훈 후보를 짚어 “인권위원장 무자격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창호 후보자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낙태죄, 대체복무제, 수용자 선거권 관련해서 반대의견을 밝혀 인권위 설립 목적에 애초부터 정면으로 반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훈 후보자에 대해선 “5·18 왜곡 특별법(역사왜곡 처벌규정을 넣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반대하고, 제주 4·3 항쟁을 폄하하고 모독해온 사람”이라며 인권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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