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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남자 자유형 100m = 서양 선수 전유물' 공식 깨졌다… 판잔러, 92년 만에 아시아 선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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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런던 때 자유형 200m 박태환 은메달 이어
2016 리우에서 쑨양, 자유형 200m 금메달 목에 걸어
높디높은 자유형 100m마저 판잔러가 정복
판잔러 "마법 같은 순간... 전 세계 수영을 위한 기록"
한국일보

중국의 판잔러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선에서 46초40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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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단거리 종목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는 오랜 공식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완전히 깨졌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유형 100m 기록을 단축하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중국의 판잔러가 그 주인공이다.

판잔러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6초40에 터치패드를 찍어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우승한 건 1932년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9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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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판잔러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선에서 46초40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시상대에 올라 두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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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때부터 판도 달라지기 시작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를 필요로 하는 수영 자유형 단거리(100m, 200m)는 그간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아시아 선수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그간의 정설이었다.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에서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딴 '마린보이' 박태환조차도 한때 "물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그들(라이언 록티, 마이클 펠프스(이상 미국))의 허리 부문에 머리가 있을 정도로 뒤처져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록티나 펠프스의 어깨까지만 가 있어도 정말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6 리우 때부터다. 당시 중국의 쑨양이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자유형 남자 200m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이때도 자유형 100m의 벽은 높았다. 자유형 100m는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0년 넘게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발을 딛지 못한 통탄의 종목이다. 그 맥을 끊은 게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를 이끌고 있는 황선우(강원도청)다. 황선우는 2020 도쿄 때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결선에서 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에 나온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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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판잔러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선에서 46초40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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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와 격차 1초08... "정말 마법 같은 순간"

그리고 파리에서 판잔러가 마침내 자유형 100m를 섭렵했다. 판잔러는 이날 자신의 개인최고기록이자 종전 세계신기록인 46초80보다 기록을 0.40초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2위 카일 차머스(호주)와의 격차도 1초08이나 벌렸다.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1, 2위의 격차가 1초 이상 벌어진 건,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이후 96년 만이다. 당시 1위 조니 와이즈뮬러(미국)는 58초6으로, 59초8로 2위를 한 이슈트반 바라니(헝가리)를 1초20차로 꺾었다.

판잔러는 경기를 마친 뒤 AP통신, 신화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이 기록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수영을 위한 것이다. 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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