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망고빙수 대기 1, 2시간 참고 즐겨
분위기·서비스 등 '경험'도 가격에 포함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오픈 시간을 앞두고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박경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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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0시 10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부터 대로를 따라 이어진 명품거리는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뜸했다. 반면 5분 정도 걷자 나온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분위기는 한적하지 않았다. 오픈 시간 10시 30분을 앞두고 10여 명이 벌써부터 문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바샤커피는 전 세계 24개 매장만 두는 고급 브랜드 전략을 펴고 있다. 1910년 모로코 마라케시 궁전 내에 있던 커피룸을 본뜬 맛과 인테리어를 앞세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바샤커피 국내 유통권을 확보한 후 지난달 1일부터 오프라인 매장 청담점을 운영 중이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가격. 200개가 넘는 원두를 매장에서 즐기기 위한 가격은 대부분 1만6,000원 선으로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보다 비싸다. 무려 48만 원짜리도 있다. 하지만 주말은 물론 기자가 찾은 평일에도 아침부터 문전성시다.
대기 줄에 있던 A씨는 "싱가포르에서 처음 접했을 때 특유의 향이 좋았던 바샤커피를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다는 소식에 찾았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B씨는 "테이크아웃(포장) 전문인 홍콩 매장과 달리 이곳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식사 메뉴도 있어 방문했다"며 "바샤커피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 가이드 추천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원두, 포장 커피를 판매하는 1층을 지나 커피, 식사, 와인을 즐길 수 있는 2층 커피룸에 앉자 말끔하게 넥타이까지 갖춰 양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산도, 묵직함에 대한 취향을 물은 뒤 알맞은 원두를 제시했다. 이 직원은 입구가 얇고 기다린 금색 주전자에 담아온 커피를 소믈리에가 와인 따르듯 한 손을 뒷짐 진 채 찻잔 크기의 커피잔으로 부었다.
"나를 위한 소비, 불경기엔 먹거리로 이동"
5일 찾은 서울 강남구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직원이 커피를 따르는 모습. 박경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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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엔 네 잔 정도 양이 들어 있었고 알맹이가 죽염보다 살짝 큰 설탕 '크리스털슈거', 프랑스식 휘핑크림 '샹티이 크림', 시럽 '바닐라 빈'도 함께 나왔다. 맞춤형 커피 추천과 이 상차림을 접한 C씨는 "처음엔 비싸다고 느꼈는데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곳보다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바샤커피 말고 더 있다. 여름철마다 고객을 끌어모으는 호텔 망고빙수가 한 예다. 4월 말부터 8월까지 10만2,000원짜리 애플망고빙수를 판 서울신라호텔을 보면 주말 기준 1, 2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다. 호텔 로비에 애플망고빙수 손님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둘 정도였다.
신라호텔은 가장 맛있는 망고를 내놓기 위해 수입산 대신 국내산을 쓴다. 채 익지 않은 상태에서 딴 수입산 망고보다 알맞게 성숙했을 때 수확하는 국내산의 맛이 뛰어나서다. 신라호텔에서 따로 만든 우유 얼음, 팥도 빙수의 맛을 더했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빙수 흥행을 이어갈 다음 상품으로 '허니콤 아포카토 빙수'를 선보인다.
이처럼 소비자가 비싼 커피·빙수에 지갑을 기꺼이 여는 건 바샤커피, 신라호텔이 제공하는 분위기·서비스 등 '경험'까지 가격에 포함해 보기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땐 나를 위한 소비로 명품 가방 등을 산다"며 "그런데 요즘 같은 불경기엔 이런 소비가 디저트 등 먹거리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샤커피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크리스털슈거, 샹티엘 크림, 시럽이 함께 나온다. 박경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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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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