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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7 (화)

[단독] 전세대출, 집주인 DSR 반영 논의…갭투자 방지? 세입자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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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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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생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전세대출 안 됩니다.”



세입자들이 주로 가입한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서 집주인의 납득하기 어려운 ‘꼬장’을 하소연하면서 종종 소개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런 집주인의 전세대출에 대한 반감은 의외로 이 대출 상품의 ‘본질’이 담겨 있다.



한국의 독특한 주거 형태인 전세 제도는 세입자가 집을 사용하는 대가로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돈(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사금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전세금을 치른다면 은행 돈을 가져다 쓰는 실질적인 차주는 집주인이 된다. 전세 계약이 종료될 때 집주인이 은행에 직접 전세자금 대출금을 돌려주는 것도, 대출 명의인과 실제 은행 돈을 쓰는 차주가 별개인 이런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계대출 규제에도 전세 대출금은 집주인의 대출에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발상이 실제 금융당국의 정책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전망이다. 그간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세대출을 제도권의 관리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의 하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가계대출 규제 관련 정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엔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전세대출을 추가하되, 대출액을 임차인이 아닌 집주인의 디에스알에 전세대출 원금으로 반영하자는 아이디어도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에스알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에서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개인이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게 한다는 정책 목표에 따라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는 대출은 받을 수 없다. 전세자금 대출의 디에스알 반영이 어느쪽 차입금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임차인 또는 임대인의 대출 여력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전세대출, 정책 주택대출(모기지),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은 디에스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이에 전체 신규 대출의 4분의 1(지난해 2분기 기준 26.7%)정도만 디에스알 규제가 적용되는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을 디에스알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전세대출 실제 상환 주체를 따져보는 셈이다.



전세 보증금을 실질 차주인 집주인의 대출 원금으로 파악해 디에스알 규제를 적용할 경우, 전세를 끼고 소액의 투자금을 보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에서도 시중에 풀린 전세대출이 임대인의 자금 여력을 뒷받침한 사례들이 확인된 바 있다. 전세대출을 임대인의 디에스알에 적용할 경우, 서민·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된 자금이 오히려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물론 한국은행, 국토연구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도 전세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전세대출을 오래 연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 내는 걸 방지하자는 디에스알 규제의 취지에 맞게 은행 대출뿐 아니라 전세금도 함께 규제 틀에 넣자는 아이디어로 보인다”며 “다만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를 집주인이 꺼리거나, 대출을 끼지 않은 사적채무(전세 보증금)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같은 아이디어의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을 돕자는 취지인데 (임대인이 이를 꺼릴 경우) 오히려 이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며 “대출받을 일 없는 자산가들에겐 이런 규제가 의미를 갖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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