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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기후운동서 배제된 청소년…누구나 변화의 주체 돼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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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후위기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4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소송 원고 단체 활동가와 공동 대리인단이 연 기자회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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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③



포코리 |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우리의 기후운동은 ‘배제’에서 시작했다. 변화를 만드는 운동의 과정에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했을 것 같지만, 우리는 희망과 가능성보다는 소외와 배제의 감각을 더 먼저 익혔다. 우리를 행동하는 주체가 아닌 기특하고 당찬 아이들로 소비하고 싶어하는 시선들을 마주했다.



정치인들은 단지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정책 의사결정자에게 전한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요구사항은 “이런 거 말고, 미래세대로서 환경 교육 이야기를 해달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삶을 더 취약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꾸자고 이야기하면 “그건 너희의 영역이 아니야”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 때 우리에게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의심부터 들었지만,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 위원회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석탄발전 중단이라는 주장보단 결석 시위할 때 어려웠던 점을 말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세대를 위하여’라는 말은 내 가족을 생각하며 말하는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이의 안위를 걱정하며 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만든 시스템을 옹호하기 위해 쓸 땐, 문제를 축소하고 당사자의 주체성을 박탈시킨다. 배제의 경험은 기존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모순을 감각하게 했다.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한다’는 정부의 명분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정치는 기후 문제를 다뤄야 할 때 본질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구체적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당사자를 앞세워 문제에 공감하는 척만 반복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명분을 세울 때, 재난 현장에 찾아가거나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재난의 피해가 닥친 이들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피해 대상으로 존재하는 걸 넘어 해결책을 제시하는 순간, 선을 그었다. 기후위기와 맞닿은 삶은 누군가에게 써먹기 좋은 도구일 뿐이었다. 그렇게 기후 문제는 축소되어 왔고, 개인에게 떠넘겨져 왔다.



사실 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연대와 협력은 항상 힘들었다. 어딜 가든 있는 그대로 주체이자, 스스로 자기 삶에서 위기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평등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운동 내부에서조차 우린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니까, 청소년이니까, 그저 ‘말 잘 듣는, 기특하고 당찬 미래세대’로서만 우리를 소비했다. 통제 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도구를 원했지, 같은 주체로서 대해주지 않았다. “중1 애들은 없나요?” “어린 애들 이야기가 필요해요” “애들 교복 입혀서 보내주세요”라거나 미래세대의 이미지로 우리를 가두는 제안을 계속해서 받았다.



우리가 기후운동을 해오는 동안 겪은 배제와 소외의 경험은 왜 지금까지의 기후위기 대응이 망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줬다. 기후 대응이 망한 이유는 의사결정 권한을 쥔 사람들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목적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 문제를 만들어온 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방식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다. 하지만 ‘정의롭게’라는 말로 퉁치기에 기후위기는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분명한 건, 기후위기 속에서 누구도 타자화되지 않고 변화의 주체로서 서는 것이 그 어떤 혁명적 기술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위기를 직접 말하는 것, 여기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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