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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내년 6조7천억 편성된 공적개발원조 예산…외국서 ‘부실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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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코이카가 지원하는 물자. 코이카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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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며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실제 이 예산을 집행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부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내년에도 올해보다 5.4% 증액된 6조7천억원의 ODA 예산을 편성했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공적개발원조 정보화사업 등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분석 대상 19개 사업 중 17개 사업에서 정보시스템 내 일부 시스템·기능 미흡 때문에 원조를 받은 국가에서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조사나 정보시스템 구축의 기본인 정보화전략계획(ISP) 검토 미흡, 활용도를 파악할 수 없는 성과 지표 설정, 사후 관리 미흡 등 사업의 각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사원은 코이카가 원조를 받는 나라의 자연·행정 환경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사업이 완성된 뒤에도 활용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2015~2021년 800만달러를 들인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사전조사 과정에서 현지 중앙은행이 유사시스템(바콩)을 개발 중임을 파악했음에도 애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사업이 완료된 뒤 53개 은행이 바콩을 사용한 반면 코이카의 시스템을 쓴 은행은 23개에 불과하고, 2020년 기준 은행간 자금이체 건수가 계획 목표 16억건의 0.001%인 2.4만건으로 저조했다.



코이카가 400만 달러를 들여 2017~2019년 구축한 몽골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예비조사 때 온라인 헌법재판 신청 등과 관련된 법규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사업에 착수했고,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2023년 10월 현재까지 완성된 시스템이 지금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코이카는 560만달러를 들여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ICT 혁신역량 강화 사업을 했는데, 정보화전략계획을 사전이 아닌 사후에 수립·검토했고, 지원을 받는 기관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감사원은 이 사업의 일부인 센터운영지원시스템(COSS) 활용실태를 확인한 결과 시스템 정지현상 발생으로 2023년 11월까지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를 근거로 코이카에 사업을 철저히 이행하라며 주의를 요구하고, 사전타당성조사 때 원조를 받는 나라의 경제·환경적 요인 등을 면밀히 조사하여 시스템 구축에 활용될 수 있도록 예비조사 규모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성과지표를 설정하도록 하며,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사후관리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국무조정실과 외교부에는 개선·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위한 전략적 외교를 지원한다며 ODA를 급속도로 확대해 왔다. 2023년에는 ODA 예산을 전년 대비 18%(7천여억원)를 한꺼번에 증액한 4.7조원으로 확대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거듭 늘렸다. 27일 국무회의에서는 내년에도 올해보다 5.4% 증액된 6조6598억원의 ODA 예산을 편성했다. ODA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더라고, 이토록 급속도로 늘어나는 예산이 현지 사정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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