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4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누나 여기 있어”… 투신하려던 10대 마음 돌린 경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이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10대 청소년을 2시간30분의 설득 끝에 구조했다.

16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밤 11시쯤 서초구의 한 23층짜리 아파트 옥상 난간에서 10대 중반 A군을 설득해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위기협상 전문요원들이 15일 서초구 한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10대 청소년을 설득하고 있다. 서초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경찰은 오후 8시30분쯤 “A군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라고 한다”는 A군 지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A군의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신고자가 A군에게 받은 옥상 사진을 종합, 일대 아파트 15개동을 수색해 장소를 특정했다.

경찰은 낙하 예상 지점에 에어매트 6개를 깔고 옥상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오후 9시15분쯤 A군을 마침내 발견했지만, 건물 외벽 좁은 공간 끝에 걸터앉아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반복하는 탓에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당 아파트 옥상은 안전바가 없는 돌출형 난간 구조다.

이에 경찰은 즉시 자살 기도자 대응에 특화된 남녀 위기협상 전문요원 1명씩 총 2명을 투입해 설득에 나섰다. 이들은 A군에게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수 등을 소재로 대화를 유도하고, A군이 자신들을 ‘누나’, ‘형’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하면서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했다.

거부반응을 보이던 A군은 점점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전문요원은 “고맙다”는 말과 칭찬을 이어갔다.

전문요원은 또 A군이 아래쪽을 바라볼 때마다 “○○아, 누나 봐야지. 누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며 주의를 돌리는 한편 "누나가 ○○이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라는 말로 다독였다.

밤 11시쯤까지 대화가 계속되자 A군이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다”며 보조배터리를 요구했다. 전문요원은 “줄 테니 대신 조금만 더 가까이 와달라”고 했다.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으니 넘어가도 되냐”는 물음엔 A군이 “위험하니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문요원은 결국 ‘스스로 넘어가겠다’며 난간 안쪽으로 다가오는 A군에게 “고마워, 누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며 틈 사이로 손을 내밀었고, 손을 잡은 A군을 이끌어 구조에 성공했다.

서초서는 올해 4월부터 전국 최초로 자살 기도자에게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강력팀 경찰 7명(남성)과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찰 4명(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위기상황별 전문화 집중교육을 받은 뒤 지난달부터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