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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설왕설래] 영월 상동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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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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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특별자치도 영월군 상동읍. 정선과 태백, 경북 봉화와 인접한 이곳은 원시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백두대간 산악지대를 관통하는 31번 국도가 지나가지만, 낮에도 좀처럼 사람을 볼 수 없다. 청정 지역의 상징인 초록색 이끼 계곡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 마니아들에게 상동읍 천평리의 이끼 계곡은 삼척의 무건리 이끼 계곡, 평창의 장전 이끼 계곡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이끼 계곡으로 불린다. 31번 국도변 칠랑이골에는 1급수의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상동은 1970년대까지도 강원도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23년 텅스텐(중석) 탄광이 개발됐고 1952년 국영기업인 대한중석의 상동 광업소가 들어섰다. 상동 광업소는 당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정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엄청난 양의 텅스텐이 매장된 광산이었다. 1960년 대한중석의 수출액은 국가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훨씬 넘기도 했다. 텅스텐을 캐던 광부들은 석탄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보다 월급이 50% 정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밤 상동의 술집이며 유흥업소들은 하루 일을 끝낸 광부들로 흥청거렸다.

그러나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값싼 중국산 텅스텐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며 1994년 광산은 문을 닫았고, 마을은 급속도로 쇠락했다. 폐광 마을은 유령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적막하다. 1970년대 상동에는 3만여명이 북적였다. 현재는 1000여명이 주로 농사를 짓는 상동은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읍(邑)이다.

최근 텅스텐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동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채산성이 높아지며 30년 만에 다시 문을 열고 채굴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 등 4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텅스텐 10㎏당 가격이 최근 5년 새 188달러에서 319달러로 70% 뛰었다. 상동 지역의 텅스텐 추정 매장량은 5800만t으로 경제적 가치는 6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 텅스텐 시장의 80%를 장악한 중국산 텅스텐은 곧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대체지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상동이다.

상동 광산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면 영월에 새로운 일자리가 1800여개가 생긴다는 게 현지의 기대다.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상동은 옛 영화를 다시 누리게 될 것 같다. 예전처럼 사람이 몰려들고 수많은 식당과 술집, 숙박 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얼마 전까지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했던 상동이 상전벽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동의 청정 자연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때도 상동의 칠랑이골과 이끼 계곡은 무사했으면 좋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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