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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고마워” “가까이 와줄래?”···아파트 옥상 위 10대 마음 돌린 경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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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경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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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이 2시간30분 동안 대화와 설득을 통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10대를 구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5일 밤 11시쯤 서초구의 한 23층짜리 아파트 옥상 난간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던 10대 남성 A군을 설득해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8시30분쯤 “A군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라고 한다”는 A군 지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지인에게 보낸 옥상 사진을 종합해 장소를 특정했다.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A군을 발견했지만 돌발 행동 가능성이 있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A군은 안전대가 없는 돌출형 옥상 난간에 쪼그려 앉아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반복했다. 낙하지점 주변으로 에어매트 6개를 설치한 경찰은 서초서 위기협상팀 남녀 요원 2명을 투입했다.

전문요원들은 전문 대화기법을 통해 A군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친밀감을 형성해나갔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나이는요? 반말을 해도 될까요?” A군은 묻는 말에 하나씩 대답을 했다.

그 뒤로부턴 경찰이 아닌 ‘누나’와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사는 곳, 가족 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으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경찰은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사이다나 물 등 음료를 제공해주며 안정감을 느끼도록 했다.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며 듣지 않던 A군이 점점 대화에 동참했다.

그중 A군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고마워”라는 말이었다. 위기협상팀이 계속해 ‘고맙다’는 말을 하며 칭찬을 전하자, A군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밤 11시쯤까지 계속한 대화에서 A군이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다”며 보조배터리를 요구하자 경찰은 “줄 테니 대신 조금만 더 가까이 와달라”고 요청했다.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으니 넘어가도 되냐”는 물음엔 A군이 “위험하니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거듭된 설득 끝에 허락이 떨어졌다. “고마워. 누나가 조심히 넘어갈게”라며 B 전문요원이 안전장비를 입자, A군은 직접 넘어오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2시간 반 만에 난간 안쪽으로 다가온 그에게 경찰은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의 손을 붙잡아 안쪽으로 끌었고, 곧바로 특공대원이 상체를 붙잡아 구조했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A군이 불안해할 환경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순찰차와 소방차 경광등을 모두 끄고 아파트 1층에 나와 있는 시민들과 경찰관, 소방관이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했다. A군과 위기협상 전문요원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서초서는 지난 4월 말부터 전국 최초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강력팀 경찰 7명(남성)과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찰 4명(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위기상황별 전문화 집중교육을 받은 뒤 지난달부터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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