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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우보세]10% 더 준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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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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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 R&D(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의 정부납부기술료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연구자의 기술료 보상 기준을 높인 'R&D 선순환 촉진을 위한 기술료 제도개선 방안'을 이달 초부터 현장에 적용했다. 정부납부기술료는 기업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한 R&D 성과로 수익을 낼 경우 수익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부족한 정부 R&D 재원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는데, 최근 현장에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에 낮추게 됐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에 따라 수익 대비 납부율은 대기업이 20%에서 10%, 중견기업이 10%에서 5%, 중소기업이 5%에서 2.5%로 하향된다.

이와 함께 대학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가 R&D 성과를 민간에 이전하여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 보상금에 해당하는 연구자에 대한 기술료 사용 비용 기준을 5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러한 혁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R&D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R&D 예산 지원을 받는 대학과 출연연이 가진 지식재산과 연구성과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사업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과학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공공연구기관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진 까닭이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와 공공기관이 R&D를 통해 확보한 기술 10건 중 9건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금리, 경기침체 장기화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기술 이전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고, 기술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통해 우수 R&D 연구성과 창출에 대한 의욕을 고취하고자 하는 이번 제도 개선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에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그간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법'을 마련하고 20년 넘게 노력해왔다. 그런데도 그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를테면 해당 법은 출연연별로 TLO(기술이전전담조직)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변리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순환보직제인 일반 공무원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당연히 직무 연속성,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행 연구자 기술료 보상 기준도 사실 적지 않게 주고 있다. 기관에선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로 60%를 떼주고 나면 나머지로 특허료, 보육 프로그램 지원비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고 호소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문인력을 뽑고 시제품 제작, 기술검증 등의 후속 R&D에 재투자하는 게 선순환 촉진 구조를 만드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TLO 팀장은 "R&D 선진국인 미국도 그렇게 안 준다. 우리나라가 기술 수준이 워낙 낮다 보니 빠르게 발전하자는 차원에서 50%라는 파격적이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고, 20년 이상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미미했는데 10% 더 준다고 나아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연구성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이전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TLO 전문화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낡은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법'은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다시 손봐야 한다. '전면적 혁신'을 이뤄내는데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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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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