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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갈수록 ‘가계대출’ 옥죄는 금융당국… 케이뱅크, ‘IPO 흥행’ 전선에 먹구름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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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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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감독 당국의 달라진 기류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대환서비스를 계기로 대출 실적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행보를 다시 무겁게 하고 있다.

앞서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지난달 13일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과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저희들이 원래 원했던 것은 기존의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못 받던 '씬파일러'들에게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를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시중은행과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나라 현재 가장 손쉽게 자산을 성장시키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다 심사를 해 놓고 이자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빼오는 것인데, 이런 영업은 저희들이 생각했던 혁신과 포용하고는 먼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실제로 올 1분기, 전월세대출을 포함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사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77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해, 기존 4개 시중은행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 나아가 금융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주담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인식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연체율'의 증가 추세다. 연체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금융 당국의 기류 변화가 읽혀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는 등 사실상 창구 지도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지만 근본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 대출을 관리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관련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처한 입장이 각각 다르지만 최근의 상황 전개가 결코 달가울리 없다.

특히 3사중 상황이 가장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곳은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중인 케이뱅크(대표 최우형)이다.

케이뱅크로선 IPO의 성공을 위해선 뛰어난 경영실적 지표를 제시해야하는데, 현재로선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하기가 여의치 않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IPO에 촛점을 맞춰 케이뱅크는 올해 실적관리에 적지않게 공을 들여왔다.

시장에선 “IPO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을 찍어 누르는 듯한 국면이란 점에서 IPO 흥행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중 유일하게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최근 ‘대출자산 성장성 둔화’라는 악재에 노출돼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인해 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20% 내외에서 10%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던스를 내놓았고, 이는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한 원인이 되고 있다.

◆IPO 흥행 염두… 케이뱅크, 올 상반기까지 실적 관리는 비교적 성공적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케이뱅크의 실적 관리는 좋았다. IPO를 염두에 둔 결과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올 6월말 누적 고객 수 1147만명으로 올 상반기에만 고객수가 194만명 증가했다. 증가 규모만 보면 전년동기(41만명) 대비 5배에 달한다.

케이뱅크측은 “돈나무 키우기, 비상장주식 시세조회 등 생활과 투자 상품·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했다”고 평가했다. IPO를 염두에 듀고 최대한 지표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여‧수신도 전년 대비해서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6월말 수신과 여신 잔액은 21조8500억원, 15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5.8%, 23.7% 늘었다. ‘삼성AI 라이프 챌린지박스’, 신규고객 대상 ‘연 10% 금리 적금 특판’ 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외형 성장과정에서 케이뱅크의 건전성은 악화됐다.

올 1분기말 기준,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은 2102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1240억원에 비해 862억원이 늘었다. 대부분 가계 대출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이다. 무수익 여신비율이 전년 같은기간의 1.04%에서 1.42%로 크게 늘었다.

'무수익여신'이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과 채권재조정,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수입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여신을 말한다.

한편 투자 영역에선 케이뱅크가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가 고객 유입에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출시한 ‘비상장주식 시세조회’ 서비스는 출시 2달여 만에 46만명의 고객이 이용했다.

또 지난 5월 선보인 ‘실물 금(Gold) 구매’ 서비스는 일반인에게 금 투자가 보편적인 투자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 달여 만에 이용고객이 3만명을 넘어서는 흥행을 보였다.

이같은 상반기 성과는 케이뱅크로서는 고무적일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IPO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올 하반기의 성과다. IPO 흥행 성패는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좌우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업계를 둘러싼 시장환경의 악화, 투자심리 악화라는 악재를 딛고 케이뱅크가 새로운 비전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이다.

케이뱅크는 올 1분기 말 기준 총자산은 26조3078억원, 자기자본은 1조9183억원, 당기순이익은 507억원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 당기순이익 225억원으로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2022년 836억원, 2023년 128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흑자기조를 이어왔다.올 1분기에는 분기 최대인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77%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으며, 영업이익경비율(CIR)은 29.0%로 업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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