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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부모님 가게에서 일해요”···돈 안 받고 가족 돕는 청년 13%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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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

서울 시내 한 햄버거 매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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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거주 중인 정 모씨(29)는 부모님의 자영업을 도와주기 위해 주 5일 출근하고 있다. 이전까지 파트타임 직원을 채용했으나, 현재는 직원이 아무도 없다. 대출 이자를 갚기도 빠듯한데, 고물가로 원자재 가격은 물론 전기 및 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너무 오르면서 채용은 언감생심이다. 정 씨는 “워낙 이른 시간부터 가게가 바빠 도와드리고 있다. 직원을 쓰면 되지만, 최저 시급이 만원 가까이 되다 보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일을 도와줌으로써 비용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고 부모님도 더 편하게 일하신다”라고 말했다.

보수 없이 가족의 자영업을 돕는 청년들이 올해 들어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가세인 ‘쉬었음’ 청년들이 경영 위기로 고용여력이 바닥난 영세 자영업에 흡수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5월 월평균 청년층(15~29세) 무급가족종사자는 3만33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570명)보다 약3800명(약 13%) 증가했다.

고용 통계상 무급가족종사자는 보수를 받지 않고 부모 등 가족이 운영하는 자영업을 돕는 취업자다. 자영업자와 함께 ‘비임금근로자’로 분류되지만 무급 노동이기 때문에 ‘실업자’나 구직활동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에 가깝다.

1~5월 기준으로 2020년 6만2643명이었던 청년층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해까지 매년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취업 활동을 본격화하는 20대 후반(25~29세)에서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5월 20대 후반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00명 늘어난 2만3562명이었다.

반면 청년층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연령대에서 무급가족종사자는 감소했다. 올해 30대·40대 무급가족종사자는 각각 7만6683명, 12만31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약 7700명, 9400명 줄었다. 무급가족종사자가 가장 많은 60대 이상(40만4885명)도 같은 기간 400여명 줄었고 50대(21만7574명)도 1500여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무급가족종사자도 2001년 이후 줄곧 감소세다.

청년층 인구뿐 아니라 전체 무급가족종사자도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청년층에서만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앞서 가족 자영업을 돕고 있는 정 씨는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고 있다고 하지만,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청년들의 무직 기간이 길어지니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가족 자영업을 가업으로 이어받거나, 일을 도와주면서 심리적 위안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직원을 고용하면 고정적으로 돈을 지출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직원 채용을 아예 안할 수는 없지만 요즘 청년층은 일이 조금 힘들거나, 근무환경이 좋지 않으면 바로 그만두기도 해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영업자와 청년 고용 상황이 올해처럼 좋지 않았던 2020년에도 청년층 무급 가족종사자가 반짝 증가한 바 있다. 올해 1~5월 월평균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12만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만1000여명 늘었다. 지난해 약 3만명 줄었지만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무급가족종사자 증가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구직 활동을 접었거나,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경영 위기로 직원 채용이 어려운 가족 자영업에 종사한다고 보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무급가족종사자는 취업자지만 비경제활동인구·실업자에 가깝다”며 “청년층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세는 활력이 떨어진 청년 고용과 어려운 자영업 경기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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