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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우리 연구소엔 원장님이 없어요”…리더십 공백에 휘청이는 과학기술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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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20년 한국은 1조원 가량 들여 ‘꿈의 현미경’이라 부르는 첨단 대형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오창에 짓기로 결정했다. 사업은 국가연구장비 총괄관리와 분석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맡았다.

그러나 한창 속도를 내야할 시기인 2022~2023년, 사업 주관기관인 KBSI는 리더십 부재 상태를 겪었다. 전임 원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376일간 후임 원장을 선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관기관 관리 하에 한창 개념설계 등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이 기간동안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기존 계획과 비교해 현재 13개월 가량 일정이 미뤄진 배경이다. 그 사이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 설계를 마쳤다. 50억달러(약 6조9125억원)를 투입해 구축에 들어간다. 국가과학기술의 척도로 여겨지는 입자가속기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손쉽게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 혁신은 촌각을 다투는데 국가 연구기관의 장기간 수장 공백 사태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미뤄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7일 매일경제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입수한 ‘출연연 기관장 임기 종료 및 시작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간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된 출연연들이 새 수장을 맞이할 때까지 걸린 평균기간이 15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반년 가까이 리더십 공백 사태가 이어진 셈이다.

개별 출연연으로 보면 세계김치연구소(651일), KBSI(37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288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각 258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252일)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NST 산하 23개 출연연 중 6곳의 원장이 공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원장 임기가 끝났지만 선임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학을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수년 째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정부의 해결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그만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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