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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벽은 높았다'…K게임, 30조 日시장 공략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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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게임시장에 구매력도 높아
"게임 퀄리티·현지화 철저히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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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동훈 기자] 30조원. 오는 2027년 예상되는 일본 게임시장 규모다. PwC에 따르면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약 24조8000억원)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4%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5년간 5조원 이상 성장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게임시장으로 꼽히는데, 어떤 곳보다 알짜 시장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미국보다 인구 규모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1인당 구매력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게임사가 아닌 네이버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이번 도쿄 게임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일본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정 분야의 열성팬을 뜻하는 '오타쿠' 문화가 대중적인 점은 사업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게임뿐 아니라 웹툰·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도 용이해서다. 최근 열린 도쿄 게임쇼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한 국내 게임사들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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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임쇼 2024'가 지난달 26일 개막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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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 장악한 일본 게임사

올해 도쿄 게임쇼 관람객 규모는 총 27만4739명으로 전년(24만3238명)대비 13% 증가했다. 참가 기업은 44개국에 걸쳐 985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50개사가 일본 기업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도쿄 게임쇼 현장에 들어서면, 일본 게임사 부스가 워낙 크고 많은 까닭에 압도되는 인상이었다.

일본 3대 게임사로 꼽히는 소니, 닌텐도, 반다이 남코가 단연 눈에 띄었다. 드래곤볼, 소닉 등 중년 세대도 익숙한 '고인물' 지식재산권(IP)부터 캡콤의 기대작 '몬스터 헌터 와일드', 최근 닌텐도와 포켓몬스터컴퍼니로부터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해 화제가 된 '팰월드' 부스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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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임쇼에 마련된 반다이남코의 부스 앞을 드래곤볼의 대표 캐릭터 손오공이 지키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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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임쇼에 마련된 캡콤의 '몬스터 헌터 와일드' 부스 앞에 코스프레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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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팰월드 부스가 도쿄 게임쇼에 마련돼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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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넘는 535개사는 외국 기업이다. 이 역시 최대 규모다. 도쿄 게임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대급 규모로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지역별로는 유럽 19개국, 아시아·태평양(일본 미포함) 15개국, 중동·아프리카 5개국, 북중남미 4개국 순이었다.

전체 게임 타이틀은 2850개가 전시됐다. 게임 플랫폼별로는 '스팀'을 이용한 작품이 62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PC 496개, 닌텐도 스위치 295개, 플레이스테이션5 238개, 구글 안드로이드 190개, 애플 iOS 188개, 플레이스테이션4 156개, 엑스박스 시리즈 X|S 172개, 엑스박스 원 86개, PC 브라우저 32개 등으로 나타났다.

콘솔과 PC, 모바일 등 특정 플랫폼에 대한 앞도적 쏠림 현상은 없었고, 모든 플랫폼 기반 작품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게임 장르는 액션이 500개로 가장 많았고, 어드벤처 397개, 롤플레잉 347개, 시뮬레이션 208개, 액션 어드벤처 187개, 퍼즐 155개, 액션롤플레잉 96개, 슈팅 74개, 스포츠 51개, 액션슈팅 48개, 레이싱 28개 순이다.

소수 정예로 도쿄 출격한 韓 게임사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향연 속에서 국내 게임사들도 당당하게 콘텐츠 경쟁력을 뽐냈다.

대표적인 주자는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이다.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하는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카잔)의 단독 부스를 도쿄 게임쇼에서 운영하면서, 시연을 위한 대기 시간이 최대 120분에 달하는 등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카잔은 네오플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의 다중 우주를 기반으로 선보이는 PC·콘솔 싱글 패키지 게임이다. 회사 관계자는 "카잔의 호쾌한 액션과 유니크한 그래픽에 많은 호평이 이어졌다"며 "부스 외벽에 설치한 거대 LED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카잔의 스타일리시한 전투 장면과, 시연 전 상영된 튜토리얼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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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도쿄게임쇼에 출품한 신작 '카잔'을 시연하려는 관람객들이 모여들고 있다./사진=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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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비티'의 일본 지사인 '그라비티 게임 어라이즈'(GGA)도 총 10개의 시연 타이틀을 출품했다. GGA는 자체 개발한 '사이코데믹', '카미바코', 'Aeruta', 'Twilight Monk'를 선보였다. 그라비티 본사는 '자레코 아케이드 컬렉션',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 '파이널 나이트', 'THE GOOD OLD DAYS', 'Light Odyssey', '샴블즈'를 선보였다.

펄어비스가 초기투자하고 엔씨소프트가 투자·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을 확보해 화제를 모은 '빅게임 스튜디오'도 단독 부스를 통해 자체 개발 애니메이션 RPG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라는 게임을 시연했다. 빅게임은 게임의 틀을 완성하고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가 가능한 버전을 내년 초 완성할 예정이다. 이같은 개발과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말 글로벌 론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신작 '킹 오브 파이터 AFK' 티저 영상을 SNK 부스에서 첫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구글플레이, 스틸 시리즈, 포게이머 등 협업 파트너 부스를 통해 작품을 알리고 시연도 진행했다.

시프트업의 미소녀 건슈팅 액션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는 중국 게임사 텐센트게임즈의 글로벌 게임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가 마련한 부스에 깜짝 등장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2층 규모로 마련된 유리통 앞에서 버튼을 누르면 니케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실제 모델 10명이 나타나는 방식의 퍼포먼스는 도쿄 게임쇼 전반에 걸쳐 가장 충격적인 '컬쳐 쇼크'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마존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TL'(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를 자사 B2B(기업간 거래) 부스를 통해 소개했다. TL은 엔씨소프트가 개발하고 아마존게임즈가 글로벌 퍼블리싱(유통)에 나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이달 글로벌 서비스를 앞두고 세계적 게임쇼에 선보여 흥행몰이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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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에 마련된 시프트업의 '니케' 코스프레./사진=김동훈 기자


일본 시장 잡으려면 '어떻게'

문제는 도쿄 게임쇼 이후다. 일본에선 무명에 가까운 국내 게임사들이 쟁쟁한 일본 게임사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다.

현장에서 만난 리투아니아 투자자 콘라다스 제르비나스와 닌텐도 산하 개발사 모놀리스소프트웨어의 캐릭터 디자이너 알렉산더 헬싱은 기대작으로 캡콤의 몬스터 헌터 와일드, 소니의 아스트로봇 등을 꼽으면서 "도쿄 게임쇼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비해 비주얼이 대단히 화려한 것 같다"며 "한국 게임은 잘 모르는데, 스팀에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은 해봤다"고 했다.

이처럼 '잘 모르는 한국 게임'을 어떻게 일본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도쿄에서 접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일본 시장에서의 관건은 일본 이용자가 주목할 수 있는 게임성은 물론이고 철저한 현지화, 이용자 서비스, 전략적 접근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은 게임 퀄리티다. 박현준 그라비티 게임 어라이즈 이사는 "일본은 주로 콘솔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한번 발매하면 끝인 콘솔의 특징상 조그만 버그가 있어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 시장에 가장 최적화하고 강력한 IP를 다수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라비티는 게임 퀄리티 고도화뿐 아니라 현지에서 인기 있는 장르 기반의 자체 개발, 일본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게임 IP를 활용한 작품도 다수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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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2024'의 세가 부스에 '소닉' 캐릭터들이 활보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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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국내 게임사들도 장수 IP를 더욱 잘 키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래된 게임을 고인물, 사골국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디오 게임사 닌텐도는 마리오, 젤다, 포켓몬 등 1980~1990년대 인기를 끈 IP를 활용한 작품들을 아직도 선보이고 있다. 도쿄 게임쇼에는 드래곤볼, 소닉과 같은 20세기 IP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콘솔 시장 공략에 나서는 도전적 자세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던파 모바일의 중국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어 수익성에 대한 걱정 없이 재밌는 작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콘솔 강국인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은 이런 유형의 차기 도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카잔은 공략집 없이는 보스와 전투를 이기기 힘들어 시연을 마치면 헤드셋을 집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어렵게 구현했는데, 이같은 게임은 어려울수록 클리어를 했을 때 쾌감이 더욱 커진다"며 게임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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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에 마련된 구글 플레이 부스에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이미지가 걸려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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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게임스튜디오 관계자도 "일본 시장은 눈높이가 높고 아무래도 서브컬처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설프게 만들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퀄리티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키는 '디테일'에 있다는 지적도 새겨야할 대목이다.

한승희 펄어비스 일본 법인장은 대표작 '검은사막'을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모험가분들의 관심, 개발진들의 콘텐츠 업데이트 노력, 일본 운영진들의 소통이 어울려 이뤄낸 성과"라며 "일방통행이 아니라 디스코드, VOC(고객의소리), SNS(소셜미디어) 등의 채널을 통해 수집, 조정, 반영 등 끊임없는 소통방식과 일본어 로컬라이징이 가장 중요한 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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