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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법 “공범 자백, 피고인이 부인하면 재판에서 증거로 못써”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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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부인하면 공범 자백 증거로 못써

중국에서 몰래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뒤 이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마약밀수 혐의자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수사단계에서 나온 공범의 자백을 피고인이 재판에서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조선일보

마약 밀반입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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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조선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9월 B씨로부터 대금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은 뒤 필로폰 약 10g을 중국 청도에서 항공편으로 국내로 몰래 들여와 이를 B씨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에서 A씨는 당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실은 맞지만 필로폰을 가지고 들어오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공범 관계에 있는 B씨가 이러한 혐의를 자백하는 취지로 수사 때 진술한 진술조서·피의자신문조서, 출입국 현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B씨의 검찰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B씨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지만 “A씨가 소개해 준 여성이 건네준 필로폰을 수입하다 구속돼 피고인에 대한 미운 감정이 있었고, 수사 협조에 따른 감형을 받을 목적이었다”며 허위 진술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1심 재판부는 2022년 시행된 형사소송법 312조와 이에 따른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각 조서를 증거에서 배제했다. 형사소송법 312조는 검사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범위는 본인의 조서뿐 아니라 공범의 조서까지 포함된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이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심은 A씨에 대해 필로폰 국내 밀반입은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씨가 필로폰을 수입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1심 재판부는 필로폰 판매 혐의에 대해선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해 진행된 2심에서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나타난 사정에 따르면 B씨가 구매대금을 A씨에게 어떻게 지급했는지도 특정되지 않았고 계좌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여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범에 대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공소시효의 정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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