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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아버지와 보기 좋았다”… 차분하던 박세리, 이 말에 끝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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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철씨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보기 좋았다. 박프로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데 일이 생기기 전 막을 순 없었나?”

골프선수 출신 방송인 박세리(47)가 이 같은 질문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18일 서울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선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의 사문서위조 혐의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박세리는 이날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수십분간 재단이 부친을 고소한 배경에 대해 담담히 설명했다.

그러던 박세리도 부친 박준철씨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세리는 마이크를 들고선 입술을 앙다물거나 삐죽였다. 옷매무새를 다듬거나 말 없이 카메라와 책상 밑을 응시하기도 했다. 북받치는 감정을 진정시키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터진 눈물을 살짝 닦기도 했다.

“저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어요. 정말 가족이 저한텐 가장 컸으니까”. 박세리는 1분 넘게 침묵하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막을 수 없었냐고 말씀하셨다. 막았죠 계속 막았고 반대했다. 한 번도 아버지 의견에 동의한 적 없다”며 “전 제 갈길 갔고 아버지도 자신의 길을 가셨고, (제가) 만들어 드렸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했다. 이어 “항상 좋은 일로만 기자회견을 했었는데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건 확실하다”고 했다. 박세리는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여러 번 감정이 북받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세리는 그간 부친의 채무를 변제해주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부모님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모든 채무를 제가 다 변제했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고 했다. 이어 “한번 정리되면 또 다른 게 수면 위로 올라왔고, 누군가 줄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 (채무 변제를) 해왔다”며 “가족이기때문에 해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큰일이 터지고 나선 제가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박세리는 그러면서 “채무 관련된 얘기가 들어와도 더이상 제가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도 있다”고 했다.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은 작년 9월 박씨의 아버지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간 부녀는 각별한 사이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어, 이 소식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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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2016년 인천 중구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열린 은퇴식에서 아버지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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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세계적인 골퍼로 성장하기까지 박준철씨의 뒷바라지가 있었단 사실은 유명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박세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골프를 권유했던 것도 박준철씨다. 박준철씨는 어린 박세리를 골프대회에 데려가 보여주거나 선수를 소개시켜줬다고 한다.

서울과 떨어진 대전에서 어린 박세리를 훈련시킨 이도 그의 부친이었다. 박준철씨가 박세리의 다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아파트 15층을 걸어서 오르내리게하거나, 공동묘지에서 한밤중 연습을 시킨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박세리는 1998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5승 기록하고,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한국 여자골프 전설이 됐다. 박준철씨에게도 ‘골프 여왕 길러낸 父情' ‘평생 스승’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박세리는 2015년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부친과 함께 출연해 지극한 효심을 보였다. 당시 박세리는 “제 첫 번째 코치인 아버지가 있었기에 모든 걸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제가 이 자리에 온 것도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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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부친 고소와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참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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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세리희망재단은 작년 8월 박준철 씨를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박준철씨는 국제골프학교 설립 업체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고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최근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박세리희망재단의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준철씨와 무관하다. 어떠한 직책이나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위조된 사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사회 소집하고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고 했다. 위조된 인장과 실제 재단 법인 인감을 공개하며 “육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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