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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의 시각] AI 강국 이스라엘의 숨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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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인구 93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미국 서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승자가 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애플까지 가세해 AI 왕좌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데, 세 기업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AI 혁명의 중심에 이스라엘이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명문 테크니온 공대 출신 직원이 1119명으로 전체 3만여 명의 직원 중 가장 많다. 둘째로 많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직원(671명)의 두 배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AI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5년 전 인수한 이스라엘의 멜라녹스란 회사가 초기 AI 가속기의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소해 준 덕분이다.

MS는 챗GPT 개발로 생성형AI 시장을 연 오픈AI의 최대 주주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과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모두 유대인 가정 출신이고, 수츠케버는 5세 때 이스라엘로 이민을 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 수석부사장 조니 스루지도 이스라엘 국적으로 테크니온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스루지는 2008년 애플이 설계한 최초의 칩 A4부터 최근 선보인 AI칩 ‘M4′까지 개발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이 여러 AI 분야에서 핵심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은 “빼어난 한 사람이 끌고 가야 하는 AI 산업에서 이스라엘의 엘리트 교육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국내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 전까지 이어지는 안식일(샤밧)을 주목했다. 샤밧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세대 간 자연스러운 의견 교류가 이어지고, 가족들은 논리적인 허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고 한다. 추후 투자자들 앞에서 질문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양분이 되는데, 현지에서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샤밧 기간 저녁 식사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어떨까. 국민 10명 중 3명 이상(32.3%·2022년 기준)은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아침을 중시하는 문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한국인 비율은 65.8%까지 치솟는다.

단순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가 AI 인재 창출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부터 습득된 대화를 중시하는 문화는 유대인의 끈끈한 네트워크로 이어져 실리콘밸리에서도 사업 투자부터 매각까지 전 과정을 서로 돕는 기반이 됐다. AI 산업에서 점점 변방으로 밀리는 한국이 할 일은 많지만, 가장 먼저 오늘 저녁 가족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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