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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형마트 살리고 쿠팡 죽이기? 4년전과 달라진 공정위...이커머스 업계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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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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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PB상품 몰아주기에 매긴 과징금 1400억원을 두고 이커머스 업계 내에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공정위가 쿠팡이 인위적으로 검색 상단에 띄웠다고 지목한 상품 가운데 4년 전 쿠팡이 코로나 시절 가격을 동결, 500~1000원대에 팔았던 PB마스크 상품들이 과징금을 산정한 매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산업계 일각에선 "고물가와 어려운 국가 위기를 극복한 PB상품을 '위법'으로만 보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최근 대형마트 규제가 속속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대놓고 대형마트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 PB에 과징금 매긴 공정위, 4년전에는 쿠팡에 '감사방문'

공정위는 최근 쿠팡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다수의 PB상품을 포함한 로켓배송(직매입) 6만4250개 상품들을 상위 1~3위에 올려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1400억원, 법인 고발이 결정됐다. 예시로 상당수 대기업 대비 반값 수준의 PB상품들이 제시됐다. 탐사수 2L(12개입)의 경우 1년 9개월 고정 노출하면서 632억원의 매출을 냈고, 코멧 아기 물티슈 오리지널(10팩)은 같은 기간 328억원의 매출을 냈다. 두 상품은 모두 각각 대기업 경쟁 상품과 비교해 가격이 최대 50% 가량 저렴한 상품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과징금 1400억원을 책정한 매출에 저렴한 장바구니 PB상품 뿐 아니라, 펜데믹 극복에 적지않은 기여를 한 '동결 마스크'도 대거 포함됐다. 지난 2020년 2월 세계적인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맞아 마스크 가격은 오픈마켓에서 개당 1만원까지 치솟았고 정부가 구매를 제한했다. 그러나 당시 쿠팡은 손실을 보면서 마스크당 가격을 500~1000원에 로켓배송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을 국면을 맞아 '갑'의 위치인 마스크 제조업자들이 책정한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면서 손해를 보고 PB마스크를 로켓배송했다"고 했다. 마스크 동결로 인한 쿠팡 손실은 500억원이었다.

마스크 공급 대란이 발생하자, 2020년 3월 조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 본사를 찾아 "보건·위생상품과 관련한 쿠팡의 조치에 감사드린다"며 "마스크, 손 소독제, 기타 생필품 등에서 부당 판매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규율해달라"고 했다. 당시 쿠팡은 내부 알고리즘에 따라 검색 순위 상단에 구매 수요가 폭발한 PB마스크를 대거 포진시키되,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했다. 다만 마스크 품절로 주문 취소가 된 소비자들에게 마스크를 확보해 재발송하기도 했다. 당시 김범석 창업자는 직원에 보내는 사내 레터에서 "손익을 따지기 보다 고객이 힘들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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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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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 대책에서 '위법사항'으로?...PB상품 수백억 손실에도 과징금 그대로

그러다 보니 쿠팡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실을 보면서 저렴한 마스크를 검색 상위 추천으로 전국민에게 빠르게 공급하는데 앞장서는데 노력한 쿠팡 입장에서 4년 만에 공정위가 PB상품 추천을 '소비자 기만'으로 판단한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PB상품을 이용한 쿠팡의 코로나 지원 대책을 칭찬했다가 시간이 지나 소비자를 속인 '위법'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과징금 1400억원은 유통업계 최대이자, 공정위 단독 사건으로 역대 5위 수준이다. 특히 쿠팡은 PB상품의 경우 손실액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강조했지만, 이러한 점은 받아들어지지 않았다. 쿠팡 측은 PB사업을 통한 직접 손실액이 6704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만약 제3자 판매(3P) 방식으로 판매했을 때 수익 대비 손실액이 1조2435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쿠팡이 PB와 직매입 상품의 상위 노출로 피해를 보는 경쟁업체로 지목한 곳이 3P(오픈마켓) 사업이다.

쿠팡 측은 전원회의에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거두며 공헌이익률(매출-변동비)이 매년 마이너스인 3P사업과 비교해 매년 적자를 거두는 PB상품으로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판매 손실은 과징금 면책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팡은 전원회의에서 탐사수 사업에만 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어필했지만, 실제 과징금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오픈마켓 상품보다 검색순위에 우선 노출한 행위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자신이 직매입한 PB상품 등을 '추천순' 등으로 우선 노출하고 있다. '볶음밥'이나 '계란', '만두', '물티슈'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들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당수 PB상품은 상위 1~4위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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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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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형마트 밀어주기? 위기의 로켓배송

유통가에선 쿠팡의 PB 상품이 대규모 재제를 받은 탓에 당분간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에 "고물가시대에 PB상품은 유통업체의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며,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며 항변하고 있다.

특히 유통가에선 사실상 대형마트 밀어주기 정책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쿠팡은 "우리나라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는 고물가 시대 유통업체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이 '커클랜드 없는 코스트코'나 '노브랜드 없는 이마트'를 상상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은 "모든 유통업체들은 이런 차별화 전략에 따라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PB 상품을 고객들 눈에 가장 잘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고,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PB상품의 골든존 진열을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고, 우선 노출과 관계없이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쿠팡은 "소비자들은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같은 온라인 쇼핑몰 내 다른 상품과의 비교는 물론 다른 온라인몰과 가격비교 사이트까지 검색하는 등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쿠팡의 경우 PB상품의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고 했다.

유통가의 또다른 관계자 역시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다"며 "이러한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한다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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