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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공유재산 임대’ 상인·지자체 갈등… “1회 계약 연장 보장을” vs “공익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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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아닌 공유재산법 적용

계약 갱신 가능하지만 ‘보장’ 안돼

돈의문박물관·서울혁신파크 등

임차인 퇴거 놓고 분쟁 잇따라

일각 “투자비 회수 등 제도보완을”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에서 2019년부터 음식점을 영업해 온 A씨는 2022년 말 위탁업체와 3년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돌연 위탁업체가 ‘입찰로 임대업체를 선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지난해 1월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A씨는 10년까지 계약 갱신을 보장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을 근거로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공유재산의 임대차 계약에는 효력이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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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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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공시설에서 장사하는 상인과 임대인 간의 계약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시설 임대는 임대차보호법이 아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을 적용하는 탓에 임대인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나 보장 범위가 일반 임대차 계약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의 임대인은 통상 지자체나 위탁업체라는 점에서 지자체와 시민 간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공유재산이라도 임대의 성격이 일반 상가와 유사하다면 임차인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유재산 임대차 계약에서 불거지는 갈등은 대체로 계약 기간 갱신이나 임대료·수수료율에서 비롯된다. 서울시는 최근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철거한 뒤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존에 입점해 있던 상인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운영을 종료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발생했다. 시는 ‘대규모 복합 문화 쇼핑몰’을 포함한 도시개발 계획을 내놓은 후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입주자들을 퇴거시켰고, 퇴거에 불응한 일부 단체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입주한 시설이 공유재산이더라도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일정 기간 계약 갱신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유재산 임대차 계약은 일부 조항을 제외하곤 상가임대차법 적용 여부가 규정돼 있지 않다. 공적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유재산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 갱신의 경우 수의계약을 제외하곤 5년 범위 안에서 1회 계약연장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다만 이는 연장 가능 기간이지 상가임대차법처럼 갱신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현행법으로는 계약만료에 따른 연장 거부는 문제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유재산 계약만료로 퇴거할 처지에 놓인 한 상인은 “한 차례도 연장하지 못하고 갑자기 나갈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공유재산의 경우 지자체장이나 지자체의 정책 변화에 따라 장기 과제 등이 갑자기 바뀔 수 있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른 상인도 “적어도 1회 연장은 보장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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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측은 공유재산 계약 기간 연장이 무조건 보장되면 공공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유재산에 대한 사용을 일정 기간 허가하는 계약인 만큼 공익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재산 중 상가건물의 경우 상가임대차법 취지에 따라 사용·허가 기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공유재산이더라도 상가 목적으로 임대했다면 임차인 보호 기능이 적용돼야 한다”며 “공공의 필요에 따라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면 투자비 회수 등 보상 방안과 계약 갱신 조건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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