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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금리 1.8%→17% 솟구쳤다" 빚내 빚 갚으려던 자영업 눈물 [벼랑 끝 중기·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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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골목에 공실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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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3~4개 빈 점포에 ‘임대문의’가 붙어있고, 뿌연 유리창 안쪽으로 공과금 고지서와 광고 전단 등이 널브러져 있다. 신축 오피스텔 상가도 텅 비어있다. 지난달 중순 찾은 이대 정문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 가는 200m 거리의 전경이다. 1층 상가 30여곳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이면도로는 더 심각하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옷가게 골목엔 장사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장 정리를 돕는 폐업119의 이근표 상무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때보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문의가 더 늘었다”며 “특히 정부 지원 줄고, 내수 침체에 문 닫는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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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공실 상가. 출입문에 공과금 납부 고지서가 꽂혀 있고 내부엔 광고 전단과 폐지가 흩어져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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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에도 고금리와 내수 부진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폐업이 이어진다. 생업을 놓은 자영업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1인 사장 포함)는 562만1000명으로 1년 사이 9만4000명 감소했다. 감소율(전년 대비 1.6%)은 2016년 이후 가장 크다.

신촌역에서 5년간 술집을 운영한 이모(44) 대표는 지난 2월 폐업 신고를 한 뒤, 에어컨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코로나만 끝나면 장사가 될 줄 알았는데 한 달에 고작 100만~200만원 손에 쥐었다”며 “인건비도 안 나와 포기했더니 (코로나 때 빌린) 5000만원 빚만 남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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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씨처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는 ‘폐업 공제금’에 몰렸다. 양경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폐업 사유’에 따른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소상공인 기준)은 1분기 기준 4102억원(3만2834건)으로 1년 전(3436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한분기 수치만 나왔는데도,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21년 한 해 동안 폐업 사유로 지급한 8618억원의 48% 수준이다.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공제 제도다. 이들이 퇴직금을 깰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의 잇따른 폐업은 상환능력 악화로 대출 부실 우려를 키운다. 자영업자가 개인사업자 대출은 물론, 개인 자격으로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끌어쓴 대출액(나이스평가정보)은 지난 3월 기준 1112조74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 직전 2019년 말(738조600억원)과 비교해 4년3개월 만에 50.8% 불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689조720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62%를 차지한다. 다중채무자는 ‘빚으로 빚 돌려막는’ 경우가 많아 한번 빚을 못 갚으면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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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자영업자의 ‘채무의 질’이 나빠진 건 장기화한 고금리에, 코로나19에 이연된 대출청구서까지 날아오면서다. 정부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 원리금 상환 유예(지난해 9월 종료)와 대출 만기 연장(최대 내년 9월)을 시행했고, 다섯번 연장 끝에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있다.

강원도 관광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3년 전 코로나 당시 1.8% 저금리에 빌렸던 5000만원 대출 만기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서다. 코로나 이후에도 고객 발길이 뚝 끊겨 빚 갚을 여력이 없다.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직원은 내보내고, 아들과 둘이서 가게를 지켰다. 그는 “5000만원을 갚으려면 카드론 등 2금융권에서 다시 빚낼 수밖에 없다”며 “(카드론 금리를 알아보니) 1.8%였던 대출 금리가 17%로 치솟아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날아온 대출청구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출발기금’ 신청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월평균 4400명이었던 신청자는 올해 2월부터 7800명으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새출발기금은 2022년 10월 코로나로 피해를 입어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누적 신청액은 지난 4월 기준 10조3143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캠코 관계자는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가 종료된 데다 신청자 조건이 완화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 기간에 사업을 한 차주로 대상을 확대했다.

황현종 변호사(더와이즈 법률사무소)는 “코로나 때 대출로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부진한 경기에 대출금리까지 치솟자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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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상당수 전문가는 자영업자의 ‘깜깜이 부실’이 올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부실채권비율은 0.41%다. 0.4%를 넘어선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6년 반만이다. 연체율도 들썩인다. 개인사업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지난 2월 0.61%로 뛰었다. 3월엔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로 소폭 하락(0.54%)했으나 1년 전(0.37%)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가 몰리는 저축은행은 대출 건전성에 빨간불을 켰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7곳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2021년 말 0.6%에서 지난해 말 10%로 치솟았다. 코로나 당시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아파트 후순위 담보대출 등을 늘린 영향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속 코로나에 이연된 자영업자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수백만 명의 자영업자의 생계와 고용이 동시에 흔들리면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ㆍ이아미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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