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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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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에 “수사학과 만들어달라”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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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금융 범죄 기소 57% 늘어

조선일보

서울대 정문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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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최근 폭증하는 금융·증권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대에 관련 ‘수사학과’ 신설을 요청했지만 서울대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계약학과’ 형식으로 수사학과를 신설해 달라고 서울대에 요청했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국가·지방자치단체·산업체 등과 계약해 설치하는 학과다. 서울대 정치학과 선후배 관계인 유홍림 총장과 이원석 검찰총장 간 ‘교감’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엔 대검에서 기획조정부장 등 검사장급 간부와 실무진이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직접 방문, 학과 개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대는 2013년 검찰 요청을 받고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디지털 포렌식 전문 인력 양성 학과인 수리정보과학과를 만든 선례가 있다. 서울대 본부는 이번 검찰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일선 학과 차원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증권 범죄를 다스리는 자본시장법이나, 각종 금융 상품 제작·운영 기법과 맞닿아 있는 경영학과와 경제학부 모두 “새로운 강의를 개설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사나 수사관들의 전문성 보강을 위해 개설되는 ‘수사학과’의 등록금 수익 등은 오로지 이 학과만을 위해 써야 한다. 학과나 교수 입장에선 새 학과를 만들어 강의할 필요가 없는 ‘가욋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권력기관도 아닌 검찰을 상대해야 하는 실무가 잦아지기에 교수·직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서울대에 ‘수사학과’를 개설해 달라고 거듭 요구한 배경엔 최근 금융·증권 범죄의 발생이 늘고 가상 자산 사기 등 경제 범죄의 종류도 다양해진 현상이 있다. 수사 일선에서 “범행 수법이 지능·첨단·전문화되기 때문에 우리도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검찰의 금융·증권 범죄 기소 인원은 902명으로, 2020년(573명)보다 57.4% 늘었다. 검찰의 기소 건수도 399건에서 535건으로 34.1%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금융 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의 기소 인원은 174명에서 351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남부지검 추징보전 총액도 4449억원에서 1조9796억원으로 4.5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만큼 검찰의 ‘금융·증권 전문성’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검찰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금융·증권 관련 전문성 강화를 위한 강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대 내에선 개별 학과 차원이 아니라 정부 예산이 중점 지원되는 ‘수사전문대학원’ 신설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대는 31일 설명자료를 내고 “대검찰청으로부터 금융·증권범죄 관련 계약학과 신설 제안이 있었고, 관련하여 실무협의가 진행된 바 있다”면서도 “대학의 핵심 정책 추진 사항인 (계약)학과 설치는 개인적 차원의 교감을 통해 진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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