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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與 연금개혁 납득못할 태도, 그간 개혁 주장 거짓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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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럽출장 취소 및 연금개혁특위 활동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주호영 특위위원장, 유경준 국민의힘 간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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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이번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고 했다. 여야는 이미 국민연금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로 하자고 주장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절충안으로 제안한 적이 있는 44% 안에 대해 “여당이 마무리할 의지가 있다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생각”이라고 밝혀 사실상 수용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은 “내는 돈 13%, 받는 돈 43%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여야가 거의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으려 꼬투리를 잡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평소와는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야가 매년 연금보험료로 내는 돈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연금 내는 돈은 1998년 이후 26년 동안 9%에 묶여 있었다. 여야가 연금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국민이 내는 돈은 내년부터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오른다. 보험료는 나중에 결국 자신이 받을 돈이지만 당장은 나가는 돈이니 이것이 오르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여야가 국민에게 인기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개혁에 합의한다면 우리 정치사에 남을 좋은 사례가 된다. 특히 13%로 합의된 것은 가장 큰 고비를 넘는 것이다. 그런데 ‘받는 돈’ 2%포인트 차이 때문에 이 중대한 기회를 놓친다면 책임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사라져야 할 정상배들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태도는 조금 불분명하다. ‘받는 돈’ 44%와 45%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정부 여당의 모호한 태도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금개혁을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로 강조해왔다. 개혁으로 지지를 잃더라도 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였다. 이번 국회에서도 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지금 청년 세대의 부담이 매년 50조원씩 늘어난다.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갑자기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90% 이상 여야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타협안을 깰 궁리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동안 연금개혁 주장은 ‘어차피 되지 않을 일’이라고 보고 ‘소신 발언’을 해왔는데 막상 일이 될 듯하자 인기를 잃기 싫어 핑계를 찾는 건가. 총선 참패로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지자 인기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건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내는 돈’ 13%, ‘받는 돈’ 44% 안은 국민의힘이 검토하던 안이기도 하다.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은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민주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 기회를 살려 연금개혁안을 일단 마무리해야 한다. 미흡한 점은 다음 국회에서 보완할 수 있다. 민주당도 빨리 ‘받는 돈’ 44%로 입장을 확정하기 바란다.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되는 국민연금 개혁의 기회다. 여야 모두 자식 세대에 씻지 못할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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